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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도박 의심계좌, 법원 결정 전 막는다…FIU 거래정지권 추진

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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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당국이 마약과 도박 등 민생침해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를 법원의 결정 전에 선제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범죄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종 피싱 계좌에 적용 중인 거래정지 제도를 범죄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6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3차 국가대테러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확산금융 방지 전략 및 정책 운영방향'을 보고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범죄수익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라도 보이스피싱이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법원의 결정 없이 동결하기 어렵다.

마약·도박 등 민생침해 범죄가 조직화·초국경화되고 가상자산 등을 이용한 자금 이동 속도도 빨라지면서 현행 사후 환수 방식만으로는 범죄수익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에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수사기관이나 금융회사의 요청, FIU의 자체 분석 등을 토대로 FIU가 범죄 의심 계좌의 거래정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30일부터 신종 피싱 의심 계좌를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제도를 우선 시행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의심 계좌를 7일간 임시로 정지하면 FIU가 본정지 필요성을 검토해 최대 60일간 추가로 거래를 막는 방식이다. 시행 후 두 달 동안 약 5천600개 계좌가 정지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 적용 대상을 마약과 도박, 테러자금조달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계좌가 잘못 정지된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의신청과 손실보상 절차도 함께 마련한다.

거래정지에 그치지 않고 동결된 자금을 실제 환수하는 제도도 연계한다.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도주해 유죄판결을 내릴 수 없는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고, 범죄수익을 다른 재산으로 바꿔 숨긴 경우 해당 재산까지 환수하는 체계를 갖춘다.

의심 계좌의 자금 이동을 먼저 차단한 뒤 수사와 몰수로 이어지는 범죄수익 환수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범죄자금의 유입 단계부터 차단하기 위한 제도 정비도 추진한다.

금융회사가 의심거래정보를 보고할 때 법인·신탁의 실제소유자 정보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법인과 신탁이 실제소유자 정보를 직접 신고하는 등록부를 도입한다. 위장법인이나 복잡한 법인 구조를 이용해 범죄수익을 숨기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변호사·회계사·세무사·공인중개사·귀금속상 등 자금세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비금융 전문직에도 고객확인과 자료보존, 의심거래보고 등의 의무를 단계적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오는 2028년 3월부터 진행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제5차 상호평가에 대비하는 성격도 있다.

FATF는 이번 평가에서 관련 법·제도의 유무를 넘어 범죄자금 차단과 환수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이형주 FIU 원장은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확산금융 방지는 국가의 경제 질서와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핵심 과제"라며 "변화하는 범죄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FATF 상호평가에서도 관련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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