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국내 증권업 인가를 둘러싼 역외 금융기관의 셈법은 복잡하다.
국내 증권업 인가를 위해서는 필수 고용 인력부터 지점 운영, 규제 대응 등을 위해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는 터라 한국물 주관 업무만으로는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앞서 국내에 진입한 대부분의 글로벌IB들은 한국물과 같은 부채자본시장(DCM)보단 파생상품 거래 등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과감히 투자를 결정하더라도 진입 문턱을 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까다로운 적격성 심사 요건 탓에 수년째 인가 절차를 넘기지 못하는 곳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증권업 인가 여부가 한국물 사업의 필수 요소로 부상하면서 도리어 시장 진입 가능성을 살피던 글로벌IB 전반의 심리는 얼어붙는 모습이다.
◇높은 문턱, 낮은 실익…셈법 복잡한 역외IB
17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 인가를 바라보는 한국물 DCM 뱅커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달라진 기조 탓에 한국물 사업을 위해서는 국내 증권업 인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절차를 마무리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당장 사업을 이어갈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 인가를 위한 당국의 문턱도 높다.
일례로 ANZ는 2022년 김앤장을 선임하고 작업에 돌입했으나 여전히 국내 증권업 인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최대 주주의 현지 제재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글로벌IB의 경우 각국 제재 사례가 상당하지만 이 때문에 국내 증권업 인가를 받는 작업은 녹록지 않다.
결국 대부분의 글로벌IB가 결격 사유가 제한적인 역외 법인을 모회사로 재설정해 국내 증권업 인가에 도전해야 하는 터라 소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증권업 인가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부담 요소다.
결국 한국물 사업이 이를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재검토하는 분위기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 인가를 받은 외국계 지점의 경우 대부분 파생상품 거래 등의 수익 비중이 크다"며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한국물 사업만을 위해 증권업 인가를 받는 것은 수지타산 측면에서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시장 기여 상당한데"…남는 건 매몰 비용
역외IB들은 그동안 인력 채용부터 국내 기업과의 조달 라인 강화 등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단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로 인한 타격을 가늠하는 분위기다.
역외IB의 경우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중심지를 거점으로 한국인 데스크를 두고 활동하면서 국내외 기관을 연결하는 역할 또한 톡톡히 해왔다.
한국물 시장에서는 점유율 강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 관계를 다지며 외화 대출 및 조달 서비스 지원 등을 이어왔다.
상당 기간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사업 활동을 이어왔던 만큼 갑작스러운 주관 업무 배제 가능성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당국이 사전 소통 대신 즉각적인 조치에 들어간 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 인가 자체가 쉽지 않은데 이에 앞서 당장 한국물 영업 자체가 제한되는 분위기라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사전에 준비 기간 등도 없이 갑작스레 역외 기반 하우스들이 채권 발행 업무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라 난처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촬영 안 철 수]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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