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인공지능(AI)이 이미 우리 사회와 세계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음에도 여기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이다. AI 전환의 규모와 속도가 워낙 크다보니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변화가 없는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이미 변화를 체감할 시점에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된다는 점에서 서툴게나마 몇자 적어보는 의미를 굳이 부여해본다.
우리나라에서 AI가 가져온 가장 큰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성과급 정도가 아닐까 한다. 평범한 월급쟁이로서는 만지기 어려운 규모의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받는 사회, 의대 진학을 망설이게 만들 정도의 매력적인 직장으로 떠오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국은행이 내년 물가 전망에서 두 회사의 성과급이 미칠 영향을 논의하기까지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작은 변화는 아니다.
◇ 대규모 자금 빨아들일 AI 시설투자
먼저 AX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빨아들인다. 올해 6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보자.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발표한 투자규모만 총 4천700조원에 달한다. 두 회사가 반도체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현재의 메모리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해당 자금의 상당 부분은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될 것이다. 우리나라 채권시장 규모가 3천400조원 정도되는 점을 고려할 때 두 회사가 필요한 투자규모의 30%만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자본시장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
국가와 맞먹는 신용도를 가진 두 회사인 만큼 이들은 저리에 자금을 조달한다 하더라도 그렇지 못한 다른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벌어지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비싼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AI데이터센터 건립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붇는 알파벳,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막대한 규모로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빨아들이는 데도 원인이 있다.
Meta data centers operate, Saturday, Sept. 5, 2026, near Social Circle, Ga. (AP Photo/Mike Stewart)
◇ 30조 규모 한전채 발행만으로도 금융시장 충격
비슷한 일이 국내에서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지난 2022년 한국전력공사가 30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을 때 국내 시중금리는 1%~1.5% 상승했다(물론, 한전만의 책임은 아니다. 당시 미국이 금리 인상국면에 접어들고 있었고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단기신용 경색 영향도 있었다). 그렇다면 AX를 위해 우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자본조달에 나설 경우 시중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정책금리와는 별개로,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솟구칠 수 있다.
이런 고금리가 가져올 충격을 생각하면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800조원이 넘는 내년 슈퍼 예산과 160조원의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파제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AX가 가져올 과실은 해당 밸류체인 연관 산업에 집중되지만 고금리의 충격은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미친다. 따라서 재정의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저금리에 기반해 자산가치를 급격하게 부풀린 주택시장, 특히 수도권 주택시장에도 충격이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저금리 국면이 열었던 주택 불패의 신화는 AX가 가져올 고금리 시대로 인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까운 점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누적된 공급 부족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가격 조정이 선행되지 못했고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여기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AX에서 빚어지는 고금리는 우리 사회의 재앙이 될 것인가. 이것은 AI가 가져올 생산성 개선 시기에 달려 있다.
Executive Vice President for Research at Purdue University Dan DeLaurentis, SK hynix Executive Vice President and Head of Global Infrastructure Choonhwan Kim and CEO of Purdue Research Foundation Chad Pittman sign a Partnership Framework Agreement at a groundbreaking event for a semiconductor packaging plant and R&D facility for South Korean chipmaker SK Hynix and Purdue University hosted in West Lafayette, Indiana, U.S. August 27, 2026. REUTERS/Jim Vondruska. REFILE - CORRECTING TITLE FROM "SENIOR VICE PRESIDENT AND A HEAD OF R&D PROCESS AT SK HYNIX" TO "SK HYNIX EXECUTIVE VICE PRESIDENT AND HEAD OF GLOBAL INFRASTRUCTURE".
◇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금리 인하 촉진할 수 있어
최근 SSRN에 올라온 논문 한편이 금융가에서 화제가 됐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하워드 쿵 교수 등이 쓴 '미국 국채 투자자들은 AI에 롱포지션을 취하고 있다(U.S. Treasury Investors Are Long in AI)' 논문은 AI를 통해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0.1퍼센트포인트 개선될 경우 미국 국채의 시장 가치를 4.1% 개선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국채 금리가 명목금리 기준 0.7퍼센트포인트 떨어진다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쉽게 말하자면 AI가 실제로 생산성 개선이 기여해 국내총생산이 늘고 이에 기반해 세수가 늘어나면 국채발행도 줄게 되고 이는 국채 금리 인하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관건은 시간이다. AI의 놀라운 생산성 개선이 입증되더라도 이를 경제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병목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이는 대규모 투자를 거쳐야 하고 고금리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다. 바꿔말하면 고금리를 거치지 않고서는 AI 생산성 개선의 미래로 갈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 메가특구 연구직 대상 주52시간 예외적용, 파견근로 가능업무 확대 등 노동규제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한 '메가특구 특별법 관련 사회적 대화 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5 jeong@yna.co.kr
◇ 사회적 갈등 최소화로 AI 적기 투자 이어갈 수 있어야
그러기 위해서는 대규모 시설투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건설 등이 제때에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주 40시간 노동제 예외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재명 정부가 서두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적기 시설 투자로 우리 사회의 생산성 개선 시점이 앞당겨지면 고금리 시대는 일찍 막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으로 적기 투자가 늦춰지면 생산성 개선에 따른 혜택보다는 고금리의 고통이 더 길게 갈 수 있다. 비록 일부 정책에서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지금 정부를 응원하고 잘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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