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9월 분기 말을 앞두고 시중은행 채권 발행이 쏟아지면서 크레디트 시장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약해진 투자심리에 발행물이 몰리면서 물량 소화를 위해 가산금리(스프레드)가 높아진 여파다.
시중은행 채권의 발행 스프레드가 두 자릿수에 육박하면서 크레디트 시장 전반의 구축효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매년 9월마다 반복되는 은행채 수급 이슈에 금융기관의 조달 대응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오버 두자리 육박, 스플 확대 주범된 시은
18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우리은행은 9개월물 8천500억원, 국민은행은 1.5년물 3천600억원, 신한은행은 2년물 4천100억원의 채권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발행금리는 우리은행은 민평보다 9bp, 국민은행은 9.4bp, 신한은행은 9.3bp 높은 수준이었다.
전일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경계감이 더 커졌다는 점에서 서울 채권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냉랭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발행물까지 줄을 이으면서 수급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졌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은행채는 요즘 겨우겨우 수량을 채우는 상황"이라며 "수요 확보를 위해 조금씩 스프레드를 높이면서 투자자를 모으는 형국이라 결국 민평 대비 8~9bp 높은 수준까지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은채 부담 속에서 수산금융채권 역시 스프레드가 대폭 확대됐다.
전일 오전 시은채의 모집과 더불어 수협중앙회는 오후 4시까지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 결과 수산금융채는 2년물 1천억원은 'AAA' 특수채 등급민평 대비 16bp 높게 찍기로 했다.
수협중앙회 민평이 입찰 전일 기준 동일 만기 'AAA' 특수채 대비 6.5bp 높았다는 점에서 민평 대비 9.5bp 높은 금리로 발행한 셈이다.
시중은행채로 시선이 쏠린 건 어제만이 아니다.
전일에는 세 곳의 시중은행이 3조원에 육박하는 물량을 발행했다. 지난 16일 모집에 나선 건으로, KB국민은행 1조1천억원, 하나은행 9천500억원, 우리은행 800억원이었다.
국민은행이 동일 만기 민평 대비 9.6bp 높은 금리를 형성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나은행은 6.4bp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은행은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1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대비 47bp 높은 수준이었다.
◇반복되는 은행채 부담…차환에 법인세 예납분 겹쳤다
시중은행은 심심찮게 크레디트 시장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계절적으로 9월에 기존 발행 물량이 대거 만기도래한다는 점에서 주기적으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9월 분기말까지 비율 관리 등에 나서야 하는 데다 올해의 경우 대기업 법인세 예납분이 대거 빠져나간 점도 조달 수요를 더욱 키웠다.
생산적 금융 확대 역시 은행권의 조달량을 늘리는 요소 중 하나다.
더욱이 올해는 약한 투자심리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조달이 더욱 녹록지 않았다.
지난주까지도 시장 내 물량 소화가 쉽지 않았던 터라 CD와 예금담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량을 늘리기도 했다.
결국 발행 수요가 턱 끝까지 차면서 스프레드를 올리는 방식으로 채권을 찍어내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AAA' 시은채 스프레드의 확대는 결국 하위 등급의 발행금리를 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은행채 스프레드 확대가 더뎠던 만큼 이 부분이 한 번에 반영된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앞선 채권 딜러는 "2~3년물 은행채는 유통시장 거래가 많지 않은 편이라 발행을 해야 스프레드가 벌어진다"며 "그동안 스프레드 움직임이 평이했던 터라 이제 그간의 확대 분이 일시에 반영하면서 충격이 드러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년 반복되는 이슈에 시중은행의 조달 관리 역할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추석 연휴와 분기 말 등은 예정된 이벤트인데 매년 비슷한 시기만 되면 조달을 몰아서 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만기도래 전에 물량이 몰릴듯하면 사전에 분산하는 시도 등이 필요한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찍어대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서는 연말에 기관 자금 수요가 몰리는 터라 4분기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사업계획 상 대기업들의 자금 수요 등이 연말에 몰려있어 이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전보단 만기 평탄화 작업을 많이 해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후 차환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내달부턴 다소 시은채 스프레드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이달 만기도래하는 은행채(IBK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제외) 물량은 10조3천억원 수준이다.
이는 내달 9조9천460억원으로 소폭 줄어든 후 11월 24조5천608억원, 12월 14조2천762억원 수준을 나타냈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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