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가 약세를 보이자 일본 외환당국이 실제 '레이트 체크'(Rate check)에 나서면서 서울 외환시장의 시선이 일본의 '실버위크'로 향하고 있다.
19일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일본 금융시장이 장기 연휴에 들어간 가운데 얇아진 유동성을 틈탄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 가능성을 주목했다.
BOJ가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렸지만 달러-엔 환율이 오히려 158엔을 웃돌자 당국이 시장 참가자들에게 거래 가능한 환율 수준을 묻는 레이트 체크에 나서면서 개입 경계는 한층 높아졌다.
특히 일본은 지난 7월 말 미국과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데 이어 한 달간 15조엔이 넘는 대규모 개입을 단행한 만큼 서울환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금리 올렸는데 엔화는 약세…'레이트 체크'로 경고
BOJ는 전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25bp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예상됐지만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 정책위원 9명 가운데 2명이 인상에 반대한 데다 향후 추가 긴축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
달러-엔 환율은 BOJ 회의 이후 한때 158.05엔까지 상승하며 엔화 약세가 가팔라졌다.
상황은 일본 당국이 실제 레이트 체크에 나서면서 급변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18일 주요 시장 참가자를 상대로 현재 거래 가능한 환율 수준을 문의하는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레이트 체크는 외환당국이 시장 참가자들에게 거래 가능한 환율 수준을 확인하는 절차로 실제 시장 개입에 앞선 사전 단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소식이 전해지자 달러-엔 환율은 장중 고점에서 1엔 이상 급락했다.
가파른 엔화 약세에 최근 일본 정부도 외환시장에 대한 경계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지난 17일 미국 재무부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질서 있는 외환시장 움직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도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응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달 새 15.4조엔 개입…실버위크에 쏠리는 눈
최근 일본 당국의 실제 개입 규모도 상당하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6일까지 외환시장 개입액은 총 15조3천993억엔에 달했다.
직전 집계기간인 6월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개입 실적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엔화 약세에 대응해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레이트 체크 직후 시작된 일본의 실버위크다.
올해 실버위크는 19일부터 23일까지다. 주말에 이어 21일 경로의 날, 22일 국민의 휴일, 23일 추분의 날까지 이어지면서 일본은 5일 연휴에 들어갔다.
연휴 기간 일본계 금융기관의 거래 참여가 줄어 외환시장 유동성이 얇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에도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 2022년 9월 22일에는 BOJ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직후 일본 당국이 2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개입에 나섰다. 다음 날인 23일은 추분의 날로 일본 금융시장이 휴장했다.
이번에는 연휴 직전 레이트 체크까지 실제로 이뤄진 만큼 시장의 개입 경계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다음 주 일본 연휴가 있어 당국이 뭔가 할 수도 있다는 경계가 이번주 내내 있었다"며 "과거 연휴 때 개입한 사례도 있어 이번에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급변하면 원화도 영향권
일본 당국이 실제 개입에 나설 경우 달러-원 환율도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이미 레이트 체크 소식만으로도 달러-엔과 달러-원 환율이 동시에 상승폭을 빠르게 반납하면서 엔화 움직임이 원화에 미치는 영향이 재확인됐다.
간밤 달러-원 환율은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를 반영해 한때 1,390.2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BOJ의 레이트 체크 소식에 달러-엔이 급락하자 달러-원도 1,380원대 중반으로 상승폭을 축소했다.
일본 당국이 실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서 달러-엔이 급락할 경우 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역외 달러 매도와 포지션 정리가 더해지면서 달러-원도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미일 재무당국은 지난해 9월 공동성명에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과 함께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할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일본 당국 역시 특정 환율 수준을 개입 기준으로 제시하기보다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주시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교도 자료사진]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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