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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복 이끈 'AI 전도사' 구윤철…'약해진 경제사령탑'은 숙제로

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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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 뒷받침·관세협상 마무리…AI·초혁신경제 성장전략 제시

김용범에 가려진 경제사령탑…조직 내부 평가도 흔들

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부총리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약 1년 2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구 부총리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상황을 넘겨받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고 미국과의 관세협상, 중동전쟁 등 잇따른 대외 충격에 대응했다.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라는 선명한 성장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조직 개편으로 예산 기능을 기획예산처에 넘기고 금융정책 기능을 가져오지 못하면서 경제부총리의 정책 수단이 크게 위축됐다.

주요 경제정책 설계 과정에서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존재감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임식을 열고, 직원들에게 고별인사를 전했다.

지난 1988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예산실장과 차관 그리고 부총리까지, 오랜 기간 경제 관료로 걸어온 길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정부 협상단과 단체사진 찍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엑스 계정. 재판매 및 DB 금지]

◇계엄 수습·관세 협상 그리고 'AI'

구 부총리가 지난해 7월 취임했을 당시 우리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지난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정부가 제시한 지난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1.0%가 채 되지 않았다.

구 부총리 취임 이후에는 추가경정 예산을 신속 집행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내수 회복을 지원했다.

여기에 수출 호조가 맞물리면서 경제 지표는 점차 반등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역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GDP 성장률이 1.3%를 기록했고,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3%대로 잇달아 높였다.

경기 반등에는 글로벌 AI 수요 등 대외 여건의 영향이 큰 만큼 경제 회복을 온전히 정부의 성과만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석유 최고가격제 등 반등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며 경제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미 관세협상도 구 부총리의 임기를 관통하는 사안이다.

구 부총리는 취임 직후 미국 워싱턴DC로 날아가 관세 협상에 참여했고, 지난해 7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1차 합의를 끌어냈다.

정부는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

이후에도 구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접촉을 이어가며 대미투자 방식과 외환시장 부담 문제를 조율했다.

최종 협상에서는 연간 투자액에 200억달러 상한을 두는 등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했다.

자동차·부품 관세도 15%로 낮추고, 반도체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대우 보장 받기도 했다.

구 부총리가 재임 기간 가장 강하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분야는 단연 AI였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AI를 잠재성장률 하락을 되돌릴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는 기술 선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는 AI 대전환 15개 과제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그래핀, 초전도체 등 초혁신경제 15개 과제를 합친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재정·세제·금융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구상이었다.

AI에 대한 구 부총리의 애착은 정부 내부에서도 유별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구 부총리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뛰어넘어 경제·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며 AI와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 18일 열린 이임식에서도 직원들에게 'AI·혁신·현장'을 강조하며, 마지막까지도 'AI 전도사'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임식을 겸한 마지막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는 구윤철 부총리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와대로 기운 주도권…예산·금융 없는 컨트롤타워

구 부총리 재임 기간 가장 자주 제기된 비판은 경제사령탑의 존재감이었다.

특히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에서 경제정책의 실질적인 주도권이 청와대에 있다는 인상을 여러 차례 남겼다.

한미 관세협상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협상 초기에는 구 부총리가 미국을 직접 방문해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나는 등 전면에 섰지만, 최종 협상 단계로 갈수록 김 전 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부각됐다.

최종 협상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역할 역시 김 전 실장이 맡았다.

부동산 정책이나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대규모 경제정책뿐 아니라 'AI 국민배당금' 등 새로운 경제 화두를 던지는 일도 김 전 실장이 주도하면서 경제부총리의 활동 범위가 축소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제부총리가 가진 권한 자체도 크게 줄었다.

올해 초 기재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당초 정부는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까지 재경부로 넘기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구 부총리는 예산편성 권한은 기획처에 내주고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가져오지 못한 채 새로운 재경부를 이끌게 됐다.

조직개편 이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세제 담당 부처를 묻자 구 부총리가 "세금은 제 담당이다. 그것도 넘기면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던 장면은 좁아진 재경부의 입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조직 내부 평가도 흔들렸다.

구 부총리는 과거 세 차례 기재부의 '닮고 싶은 상사'로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까지 이름을 올린 존경받는 선배였지만, 지난해 노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안 닮고 싶은 상사'로 꼽혔다.

예산 기능 분리와 금융위 통합 무산 등 조직개편 과정에서 쌓인 불만이 터진 결과다.

국민들에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한 부총리로 각인되기도 했다.

구 부총리는 국회에서 코스피의 PBR을 묻는 말에 "10 정도"라고 답했다가 개미 투자자로부터 거센 뭇매를 맞았다. 이후 주가수익비율(PER)과 혼동했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혼선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취임 초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시장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존 50억원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개각의 배경을 두고도 부동산 세제와 레버리지 ETF 도입이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세 부담과 주식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책임 여론이 강해지면서 개각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jhpark6@yna.co.kr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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