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을 넘나들면서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금리 생존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통상 금리 상승은 주식의 미래 현금흐름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높여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준다. 특히 성장주일수록 금리에 민감하다.
하지만 50여년 전으로 돌아가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시장금리 5%가 반드시 성장주 랠리의 끝을 의미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범석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의 금리 장기 추이를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미국과 비교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쟁에 직접 참여한 가운데 확장재정을 이어갔고 국채금리는 5%대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IBM과 코카콜라, 맥도날드, 폴라로이드 등 이른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는 미국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했다.
높은 성장성을 믿고 '한 번만 결정해 사면 되는(one-decision)' 주식으로 불렸고, 일부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0~90배까지 치솟았다.
◇니프티 피프티 무너뜨린 건 '5%' 아닌 오일쇼크
변곡점은 5%대 금리 자체가 아니었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물가가 치솟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4% 수준에서 12%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동성이 급격히 줄자 고평가됐던 니프티 피프티의 밸류에이션도 무너졌다.
권 연구원은 니프티 피프티의 디레이팅이 금리의 절대 수준보다는 오일쇼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급격한 긴축과 유동성 증발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지금 시장이 주목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1999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미국 금리와 주가는 0.55의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됐던 시기 금리 상승은 물가보다 경기와 기업이익 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고 2022년 연준이 긴축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둘의 상관계수는 -0.76으로 돌아섰다.
금리 상승이 다시 물가와 긴축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는 의미다.
◇PER 4배 안팎…니프티 피프티와 다른 '삼전닉스'
현재 국내 AI 주도주의 밸류에이션은 1970년대 니프티 피프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최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4.1배와 3.9배 수준이다. 니프티 피프티 열풍 당시 일부 종목이 40~90배까지 치솟았던 것과 대비된다.
주가가 올랐지만 이익 전망 역시 빠르게 높아진 영향이다. 두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최근 3개월간 각각 27.1%, 21.7% 상향됐다.
중장기 이익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높다.
현재 시장 전망치 상 오는 2027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삼성전자가 545조원, SK하이닉스 392조원 수준으로 두 회사를 합산하면 940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낮은 PER를 곧바로 저평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메모리 반도체는 이익이 정점으로 향할수록 선행 PER가 낮아지는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이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로 급락하면서 양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 7월 661조원에서 640조원 수준으로 약 21조원 감소했다.
결국 현재 4배 안팎의 PER가 강력한 이익 증가가 만들어낸 저평가인지, 향후 실적 둔화를 미리 반영한 '피크 PER'인지는 앞으로의 실적이 가를 문제다.
◇'5%'보다 중요한 금리와 이익의 속도
니프티 피프티가 주는 시사점도 결국 여기에 있다.
금리가 5%에 도달했다는 사실만으로 성장주의 시대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유가와 물가가 다시 오르고 추가 긴축이 뒤따르면서 금리 상승 속도가 기업이익 증가 속도를 압도하는 경우다.
1970년대에는 오일쇼크가 이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현재 시장 역시 중동발 유가 불안과 미국의 물가,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권 연구원은 오일쇼크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도 반도체를 비롯한 AI 밸류체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결국 삼전닉스의 향방을 가를 것은 미 국채금리 5%라는 숫자가 아닌 이익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 지에 달렸다"며 "다만 유가와 물가가 추가 긴축을 불러 이익 증가보다 빠르게 금리를 밀어 올린다면 시장에 적잖은 충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