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하루 만에 金 자진사퇴…李 국정 부담 덜어
장관 후보자 5명 임명 불발…李 "우리의 부족함, 시스템 재점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자진 사퇴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국정 운영의 부담을 덜게 됐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했다"며 몸을 낮춘 이 대통령에게 김 후보자의 거취는 '국민 눈높이'를 실제 국정 운영에 반영할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로 꼽혔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사퇴로 당장의 정치적 부담을 덜었다고 해서 인사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에도 오르지 못한 채 물러난 데 이어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모두 마치고도 낙마했다. 이진숙 교육부·강선우 여성가족부·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까지 더하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임명되지 못한 인사는 5명에 이른다.
김 후보자의 사퇴로 이 대통령은 다소 복잡한 정치적 선택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주도적으로 채택했다. 여권 내부에도 김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라며 임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철회할 경우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를 스스로 거둬들이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은 물론 여권 지지층의 반발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임명을 강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국정 운영에 대해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라며 "언제나 국민이 옳다"며 인사권을 포함한 국가 권력 행사에서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도 했다.
그 직후 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반성과 국민 눈높이라는 메시지가 퇴색할 수 있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답했다. 국민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사안과 후보자의 역량,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했다.
결국 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이 대통령으로서는 직접 지명을 철회하거나 임명을 강행하는 양자택일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김 후보자도 이날 국회에서 사퇴를 발표하며 전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삶과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라며 자신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청와대 역시 김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국정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시기적으로는 전날 기자회견의 후속 조치라는 의미도 생겼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연임을 위한 개헌 가능성에 대해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자신과 관련된 기존 재판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특검법 조항에 대해서도 국회에 삭제를 요청했다.
여기에 공소취소 문제로 야권의 집중 공세를 받아온 김 후보자까지 물러나면서 최근 이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 일부는 일단 정리할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사퇴는 동시에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특히 2기 개각에서 발생한 용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낙마 과정은 서로 달랐다.
용 후보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장관직 겸직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13일 자진 사퇴했다. 지명 2주 만으로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히기 전이었다.
반면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모두 거치고 여당 주도로 청문보고서까지 채택됐지만 끝내 장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단순히 후보자의 재산이나 가족관계 등 새로운 의혹을 사전에 찾아내는 검증의 문제를 넘어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실제 장관직을 수행할 정치적 수용성을 갖췄는지까지 지명 전에 판단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게됐다.
이 대통령도 인사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나름의 시스템으로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언제나 부족하다"며 지명 이후 추가로 문제가 발견되거나 청와대와 다른 판단이 제기되는 데 대해 "그러한 점에까지 대비하고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일 것이다. 부족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인사 시스템의 전면 재점검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야권 인사는 "용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불과 일주일 사이 잇따라 물러난 것은 대통령이 예고한 인사 시스템 재점검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후보자를 먼저 지명한 뒤 국회 청문회와 여론 검증을 거쳐 뒤늦게 적격성을 판단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인사 때마다 국정 동력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2026.9.19 jjaec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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