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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도 인정한 '삼전닉스 레버리지' 빈틈…왜 규제는 뒤늦게 왔나

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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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보완책 미리 장착했더라면"…정책 설계 적정성 도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하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정책적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금융당국의 초기 제도 설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상품 도입 당시부터 단일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2배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강도 높은 투자자 보호장치는 상품 출시 이후 거래가 과열되고 손실이 커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결과적으로 뒤늦게 적용된 규제 이후 거래가 급감한 만큼 현재의 안전장치를 처음부터 적용했다면 시장 충격과 투자자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李 "부족함 있었던 건 맞다"…외환시장 안정이 도입 명분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정부 정책에 불완전성이 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부족함이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도입 당시 자신도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미국과 홍콩 등 해외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있는데 국내에선 투자가 불가능해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보고의 골자였다.

특히, 당시 고환율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는 투자수요를 국내로 돌리면 외환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 5월 제도 도입 당시 국내외 ETF 간 '비대칭 규제 해소'를 명분으로 제시했다.

해외에서는 살 수 있는 상품을 국내에서는 규제 탓에 살 수 없었던 만큼 국내 투자자의 상품 선택권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ETF·ETN 18종이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됐다.

◇위험은 알고 있었다…상장 전부터 "손실 급격히 확대"

문제는 금융당국이 상품의 위험성을 처음부터 상당 부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을 앞두고 배포한 투자자 유의사항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지렛대 효과로 단기간 손실이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으며, 주가가 횡보해도 투자금이 줄어드는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장 전날 손실 감내 능력 및 투자위험 이해도가 낮은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재차 경고한 것 역시 금융위였다.

그럼에도 상장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빠르게 몰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는 일간 등락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상품 특성상 손실 역시 빠르게 불어났다.

당국과 업계는 뒤늦게 투자 문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기본예탁금을 상향하고 투자자 교육을 강화했으며, 8월부터는 신규 일반투자자가 실제 투자에 앞서 일정 기간 모의거래를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규제하니 거래 19분의 1…"왜 처음부터 안 했나"

사후 규제의 효과는 컸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규제 강화 이후 한 달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을 1조7천730억원 순매도했다.

상장일인 5월 27일부터 규제 강화 직전까지 개인이 이들 상품을 15조2천876억원 순매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도 규제 이전의 19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이 지적한 것도 이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문제가 발생한 뒤 시정·보완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면서 "나중에 보완할 것을 미리 다 장착했더라면 괜찮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실제로 해외투자 자금을 얼마나 국내로 돌렸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당초 정책 목표였던 자금 환류 효과에 대한 충분한 사전 분석 없이 제도가 도입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선택권'과 '보호' 사이…남은 질문은 정책 설계

이 대통령의 언급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쟁은 이제 상품의 위험성 자체를 넘어 정책 설계의 문제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해외에서는 허용되는 상품을 국내 투자자에게만 막는 것이 적절하냐는 규제 형평성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린다는 정책적 목적도 분명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안정과 투자자 선택권 확대라는 거시적 편익을 위해 고위험 상품을 공급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투자자 보호장치 역시 상품 출시 단계부터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실제 뒤늦은 규제가 거래를 큰 폭으로 줄였다는 점은 초기 제도 설계에 따라 시장 과열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도 "주가가 상승할지,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볼지 손해를 볼지는 귀신도 모르는 것"이라면서도 정책의 불완전성은 인정했다.

다만 상품 도입이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결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남긴 질문은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는 결과 자체보다 정부가 위험을 알고도 어떤 수준의 안전장치를 선택했느냐에 가깝다"며 "대통령까지 정책적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금융당국으로서도 투자자 책임만을 강조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행 중인 사후 규제를 넘어 상품 구조와 거래 규율을 어디까지 손볼 것인지, 그리고 향후 새로운 고위험 금융상품을 도입할 때 어떤 안전장치를 사전에 갖출 것인지가 다음 과제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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