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도체 제조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이 자금의 이동 경로와 ▲외환시장 ▲통화·유동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 시각에서 살펴보고, 세 편의 기획기사로 나눠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반도체 머니'가 새로운 주요 수급축으로 부상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수출대금 유입이 늘어난 데다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조달한 약 265억달러까지 국내로 들어오면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 압력을 키웠다.
최근 ADR 관련 환전은 상당 부분 일단락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SK하이닉스 자금을 별도로 떼어 외화자금 흐름을 평가할 정도로 올해 외환시장의 주요 머니플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반도체를 통해 유입된 외화는 현물환 시장뿐 아니라 외화자금시장과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통화스와프급' 265억달러…올해 환시 흔든 반도체 머니
2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미국 나스닥 ADR 상장을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실제 국내에 공급된 198억7천200만달러보다도 많은 규모다.
ADR 공모대금 납입을 전후해 선물환과 현물환 시장에서 관련 달러 매도가 이어졌고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수출업체 네고까지 더해지면서 달러 공급 우위가 강화됐다.
다만 조달액 전부가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전된 것은 아니다. 외화로 직접 지급되는 투자자금이 있는 데다 일부 물량은 시장 밖에서 처리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환보유액 143억弗 급증…외화자금시장에도 넘친 돈
반도체 머니의 흔적은 외화자금시장에서도 감지됐다.
지난 8월 말 외환보유액은 4천422억8천만달러로 전월보다 143억3천만달러 급증했다. 특히 예치금이 한 달 새 71억7천만달러 늘었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증가와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을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한은 당국자는 외환보유액 증가분과 SK하이닉스 ADR 자금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은행의 외화자금이 초과지준 형태로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ADR 조달자금 가운데 일부가 서울 외환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외환보유액 증가로 연결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 외국계 헤지펀드 관계자는 "전부는 아니지만 외환보유액 증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이 SK하이닉스 ADR 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규모는 최소 50억∼100억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시장 참가자의 추정으로, 한은은 개별 거래 여부나 SK하이닉스 ADR 자금과 외환보유액 증가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확인하지 않았다.
◇금통위도 "하이닉스 제외하면 순유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SK하이닉스 ADR은 외환수급의 주요 변수로 다뤄졌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최근 외화자금 흐름은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자금을 제외한다면 순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원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을 점검했다.
관련 부서는 예상보다 큰 경상수지 흑자가 거주자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 회수에 따른 외화 유출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ADR발 달러 공급도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지펀드 관계자는 ADR 관련 환전에 대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환율 반등은 "과도하게 매도했던 것을 되돌리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은 이달 1,330원대까지 하락한 뒤 최근 1,380원대 안팎으로 반등했다.
일회성인 ADR 효과가 약해지면서 반도체 머니가 만들어낸 달러 공급 우위도 이전보다 옅어진 셈이다.
다른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SK하이닉스 관련 달러 매도 물량에 대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그 많던 네고 물량도 최근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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