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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천600억 배상 다시 살아날까…환송심 판정 대기

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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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가기관 아니라지만…청와대 개입·손해 인과관계 재판단

서초구 삼성물산 사옥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정부가 영국 법원에서 한 차례 뒤집은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대한 약 1천600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이 다시 인정될지 주목된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건을 완전히 끝내지는 않았다.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개입만으로도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원 중재판정부가 다시 판단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21일 상설중재재판소(PCA)에 따르면 엘리엇과 한국 정부 간 국제투자분쟁(ISDS)은 현재 '계류 중(Pending)' 상태다.

엘리엇은 지난 4월 환송 쟁점에 대한 첫 서면을 냈고 정부도 6월과 7월 두 차례 준비서면으로 맞섰다. PCA는 지난 7월말 미국 워싱턴DC에서 환송 쟁점에 대한 공개심리를 열었다. 이후 아직 새로운 환송 판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엘리엇 1천300억원 배상에 따른 책임 추궁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참여연대 등 5개 단체가 연 '엘리엇 1천300억원 배상에 따른 국고 지출 이재용·박근혜 책임 추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국고 손실을 회수할 방안 마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6.26 ksm7976@yna.co.kr

◇ 英법원서 뒤집힌 1천600억…남은 건 '인과관계'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2023년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정부에 약 4천849만달러의 손해배상금과 이자, 법률비용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 부담액은 올해 2월 환율 기준 약 1천6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후에는 지연 이자가 추가로 붙는다.

정부는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2024년 1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2025년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은 뒤 올해 2월 기존 판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영국 고등법원은 국민연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한국의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의사결정 개입은 한미 FTA상 한국 정부의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환송심에서는 국민연금 자체를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더라도 '청와대·복지부 개입→국민연금의 합병 찬성→합병 성사→엘리엇 손실'이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엘리엇 ISDS 취소판결 선고 브리핑

(과천=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조아라 국제투자분쟁과장이 24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판결 선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2.24 yatoya@yna.co.kr

◇ 이재용 무죄 꺼낸 정부…英법원은 증명력 '제한적'

정부는 환송심에서 국내 법원의 후속 판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형사사건 무죄 확정판결과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국가배상청구 소송 결과다.

청와대나 복지부 관계자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개입 때문에 합병이 성사돼 엘리엇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별개라는 게 정부 논리다.

정부 개입이 없었더라도 국민연금의 표결이나 합병 결과가 달라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 손해배상 책임까지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형사판결이 환송심의 결정적인 카드가 될지는 미지수다.

영국 고등법원은 정부가 크게 의존했던 이 회장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 이번 쟁점을 판단하는 데 '제한적인 도움(limited assistance)'만 된다고 평가했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입증 수준과 국제중재에서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삼성물산 소액주주 국가배상 사건도 인과관계를 끊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당시 국내 법원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투자위원들의 표결에 실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만큼, 정부 개입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으로 직결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엘리엇 ISDS 취소판결 선고 브리핑

(과천=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조아라 국제투자분쟁과장이 24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판결 선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2.24 yatoya@yna.co.kr

◇ 국민연금 떼고도 배상한 '메이슨'…엘리엇 핵심 카드

엘리엇 측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은 메이슨 사건이다.

메이슨도 2015년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메이슨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복지부의 개입만으로 한미 FTA 위반을 인정했다.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합병 안건이 국민연금 전문위원회로 넘어갔고 전문위원회가 합병에 반대했을 것이라는 점까지 인정해 손해와의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정부는 메이슨 판정 취소를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판정이 확정돼 메이슨은 약 746억원을 수령했다.

메이슨 판정이 엘리엇 사건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사건에서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고도 정부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은 엘리엇 측에 유리한 참고 사례다.

영국 고등법원도 이 점을 의식했다.

판결문 말미에서 법원은 엘리엇이 국민연금 자체가 아닌 '청와대 조치'만을 근거로도 메이슨 측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환송 중재판정부의 판정만 남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환송심을 맡은 판정부가 2023년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던 동일한 3인 판정부라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판정부가 과거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정부라는 점은 주목할 부문"이라고 봤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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