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9월 들어 급증한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이 4분기에도 순조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 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를 위한 조달 수요는 10월 들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인 정기예금 만기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데다 삼성전자의 30조원 규모 현금배당도 은행권 자금 수급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9월과 같은 강도의 조달이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4분기 중 시중은행채 순조달 기조 자체는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은행권의 조달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는 단순한 추석 자금 수요보다는 LCR 관리를 위한 예금과 대출의 만기 미스매치 영향이 컸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에 대비해 고유동성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들은 규제비율인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정기예금 만기가 집중되면 향후 현금유출액이 늘어 LCR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현금유입 요인이 된다. 최근에는 9~10월 법인 정기예금 만기가 집중되는 데 비해 대출 만기는 상대적으로 적어 은행권의 LCR 관리 부담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대출은 통상 만기 때 연장되는 경우가 많지만 만기 구조에 따라 특정 월에는 예금과 대출의 만기가 맞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A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통상 은행들이 대출과 예금의 만기를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10월에는 대출만기보다 예금만기가 많아 미스매치가 다소 있다"면서 "은행마다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월이 바뀌면 조달 강도는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이 9월의 발행 집중을 겪은 만큼 향후 조달 만기를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발행이 곧바로 순상환으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연말로 갈수록 기업예금 만기가 다시 집중되는 데다 은행들이 11~12월 필요한 자금을 10월부터 선제적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B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월이 바뀌면 조달 강도는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순조달 기조는 4분기에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자산을 의도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점도 순조달 수요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신규 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는 있지만 은행의 자산 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한 예수금이나 시장성 수신을 통한 조달 필요성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4분기에는 대기업 법인예금의 향방이 변수다. 법인 정기예금은 3~6개월 단위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고 기업들이 연말 재무제표 관리를 위해 만기를 연내로 맞추는 경향이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만기가 집중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시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삼성전자는 전날 9월 30일을 3분기 배당 기준일로 공고했다. 삼성전자 분기배당은 통상 3분기 배당의 경우 11월에 지급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의 자금은 여러 은행의 정기예금으로 분산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 재원이 실제 지급되면 일부 예금이 인출될 가능성이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만기 도래분의 재예치 여부를 보수적으로 가정해 유동성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다만 30조원 전체가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며 은행별로 삼성전자 예금 규모와 만기 구조도 달라 실제 영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B 관계자는 "12월에는 기업 예금 만기가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11월 조달을 10월로 앞당기는 등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11월 배당금 시즌도 있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발행 강도가 완화되더라도 은행채 시장 전체의 공급 부담이 빠르게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분기 특수은행채 만기가 대거 몰려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4분기 IBK기업은행의 은행채 만기도래액은 15조원, KDB산업은행은 13조4천10억원으로 두 은행만 28조4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실제 발행 예정액은 아니지만 만기도래 물량의 상당 부분이 차환될 경우 시중은행채와 투자수요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
특수은행채는 기관투자자들의 활용도가 높은 만큼 대규모 발행이 이어질 경우 시중은행채 수요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 관계자는 "특은채 만기도래 물량이 많은 것은 은행채 수급에 비우호적인 재료"라고 말했다.
결국 4분기 은행채 수급은 시중은행의 LCR 부담이 얼마나 빨리 완화되는지와 대기업 예금의 재예치 여부, 특수은행채 차환 물량 등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채권형 자금이 다시 유입될지도 관건이다.
A 관계자는 "10월에는 지금 정도의 조달 상황까지는 아닐 것으로 본다"면서도 "예금은 예상보다 유입이나 이탈이 클 수 있어 실제 자금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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