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이상 빅딜 6건…빅파마 특허만료에 수요 확대
기술이전 후 개발 중단 가능…위험관리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올해 누적 기술이전 규모가 21조 원을 넘어섰다. 작년 연간 전체 성과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이 곧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약 개발이 최종 의약품으로 허가받을 확률이 낮은 만큼 기술이전을 해도 당초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계약 전 상대방의 개발 전략과 파이프라인 등을 면밀히 살피고, 불확실성에 대비한 계약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출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업계 참고]
22일 연합인포맥스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데이터에 기반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이전 규모를 분석한 결과, 이달까지 올해 누적 기술이전 규모는 21조3천520억 원이다.
1조 원 이상 '빅딜'만 올해 누적 13건 중 6건에 달했다. 아리바이오는 중국 푸싱제약과 최대 7조 원 규모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에는 알테오젠이 최대 4조4천억 원 규모로 자사 피하주사(SC) 제형 변환 플랫폼을, 한미약품이 지난 달 최대 3조1천892억 원 규모로 근육 증가 기전 비만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했다.
전 세계 제약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국내 후보물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기술이전을 해도 신약 개발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오름테라퓨틱[475830]이 자산양수도 계약을 한 후보물질이 최근 개발을 중단했다.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BMS와 백혈병 치료제 'ORM-6151'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1억 달러(약 1천400억 원)를 받았다. 계약규모 대비 선급금 비중이 56%에 달했다.
BMS는 이후 미국과 유럽, 캐나다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해왔는데, 지난 17일 회사에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최대 8천억 달러 규모의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은 받을 수 없게 됐다.
이 영향으로 주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16일 5만8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전날 2만6천550원을 기록했다. 기술이전 이후에도 임상 개발 결과가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과거에도 기술이전 이후 임상 단계에서 개발이 중단되거나 계약이 종료된 경우는 많았다. 애당초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1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신약 개발이 중단되는 이유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임상을 진행하다 보니 후보물질의 약효가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가 기존 개발 전략을 바꾸면서 임상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 등 다양하다. 개발 중단에 대해 국내 기업은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
오름테라퓨틱의 경우 결국 후속 후보물질 임상에서 충분한 약효를 입증해낼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후속 파이프라인 ORM-1153은 ORM-6151과 동일한 페이로드(약물) 및 링커(연결고리)를 사용하고 임상 개발 중단 원인도 불명확하다"면서 "후속 파이프라인의 항체 변경만으로 개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결국 임상 검증 전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자와의 협력을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술이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봤다. 그만큼 단순히 글로벌 빅파마라서 계약 상대방을 고르기보다는, 기술 계약 체결 전부터 상대방의 개발 전략과 기존 파이프라인, 혹은 이전 개발 이력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계약 조건에 임상 데이터를 공유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계약 조건마다 다르겠지만 계약 상대방의 임상 데이터를 공유받겠다는 조건 등을 내세울 수 있다"면서 "개발 중단 등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해도 국내 기업이 해당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며 다른 방안을 마련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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