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공지능(AI) 시대 인프라의 핵심 병목으로 떠오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생산하는 삼성전기[009150]가 최근 'MLCC의 법칙(MLCC's law)'을 들고 나왔다.
지난달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APAC 써밋 2026'에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당 요구되는 MLCC의 정전용량이 매년 두배로 늘어난다'는 내용이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계에서는 AI 서버에 들어가는 GPU 랙 당 전력 밀도는 현재의 킬로와트(㎾) 단위를 넘어 1메가와트(㎿)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데이터센터(DC)의 랙 1개의 전력 밀도가 평균 8~10kW 수준이었다가 최신 GPU 랙이 100~120㎾ 수준까지 올라온 것을 감안하면 1㎿는 이전의 100배에 달하는 엄청난 고용량이다.
고용랑의 전력을 갈수록 좁아지는 공간에 집중해야 하는 난제에 대해 삼성전기는 OCP 써밋에서 세 가지 솔루션으로 답했다.
제한된 GPU 패키지 면적을 위한 초소형의 고용량 MLCC, 인쇄회로기판(PCB) 내부에 커패시터를 매립하는 '임베디드 MLCC', 소형의 크기와 우수한 저(low) 등가직렬인덕턴스(ESL) 성능을 갖춘 세라믹 캐패시터 개발 등이다. ESL은 전극이나 리드선의 저항 성분을 말한다. 삼성전기는 이 솔루션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일 시기를 잠재적으로 내년으로 잡았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기가 이번에 제안한 'MLCC의 법칙'은 반도체 업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여러 법칙을 떠올리게 했다.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반도체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매년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제시했다. 1975년에 이를 2년에 2배로 수정하기는 했지만, 무어의 법칙은 기술의 발전을 내다본 선견지명이자 수십년간 업계에서 통용되는 경험칙이었다.
다음 'ㅇㅇ의 법칙'을 내놓은 것은 삼성전자였다. 2002년 황창규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은 무어의 법칙에 빗대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제시했다.
또 다른 황인 젠슨 황 엔비디아 설립자는 2024년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하이퍼 무어의 법칙(Hyper Moore's Law)'을 선언했다.
황 CEO는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의 목표는 칩 단위가 아니라 시스템 규모(at scale)에서 성능을 매년 2배 또는 3배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종의 '하이퍼 무어의 법칙' 곡선에 올라서게 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최고이자 선도 기업만이 제시할 수 있는 'ㅇㅇ의 법칙'을 이번에 삼성전기가 제시한 것은 기술의 청사진을 제시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MLCC의 법칙은 삼성전기의 최고경영자(CEO)인 장덕현 사장의 이름을 따 '장의 법칙'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다.
장 사장은 스마트폰 등 기존 IT 제품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AI 서버와 전장·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왔다. 올해 3월 주주 총회에서도 장 사장은 AI 서버용 고전압·고용량 MLCC를 사업구조 전환을 이끌 차별화 제품으로 꼽았다.
차세대 솔루션을 공개한 이번 OCP 써밋 발표에서도 삼성전기의 자신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삼성전기는 "OCP 세션에서 MLCC 기술을 제시함으로써, 삼성전기는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에서 기술 리더십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MLCC 등 핵심 부품은 이전처럼 단순 소모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AI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지위로 부상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잘 구분이 되지 않았던 기업들이 기술력의 차이에 따라 업계 위상이 명확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삼성전기는 "이번 행사는 MLCC 기술을 미래 AI DC에 대한 토론의 최전선으로 끌어올린 의미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산업부 한종화 차장)
jhhan@yna.co.kr
한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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