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배경 중 하나로 API를 활용한 자동화 거래가 주목받고 있다.
대규모 수급이나 역외 가격 변화가 발생하면 API를 통한 거래가 사람이 직접 주문을 내는 것보다 빠르게 반응하면서 단시간에 환율 움직임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에 1,380원 선을 하향 돌파한 뒤 1,350원대까지 빠르게 낙폭을 확대했다.
달러-원 전일 장중 고점과 저점 간 변동폭은 21.50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 전일까지 달러-원의 일평균 변동폭은 13.75원으로, 지난달 12.51원보다 확대됐다. 지난해 9월 일평균 변동폭인 8.20원과 비교하면 약 68% 커진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수출업체 네고와 외국계 금융기관의 달러 매도 등 실수급이 하락 방향을 만든 가운데 롱스톱과 API 거래가 맞물리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최근 API 거래가 많아졌고 특히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가격이 움직이면 API가 굉장히 빠르게 반응한다"며 "NDF가 움직이면 현물환 시장도 자동으로 따라가는 알고리즘이라 가격 변동이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API는 금융기관이나 고객의 시스템을 거래 시스템과 직접 연결해 주문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API 자체가 매매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매매 알고리즘과 결합할 경우 NDF나 다른 통화 등 연관 시장의 가격 변화에 맞춰 사람이 직접 주문을 입력하기 전에 현물환 주문이 빠르게 집행될 수 있다.
고객이 API를 통해 낸 주문이 금융기관의 자동 헤지로 이어지는 거래도 있다.
특히 최근처럼 달러-원 환율이 주요 가격대를 잇달아 돌파하는 장에서는 기존 포지션의 스톱과 자동화 거래가 맞물리면서 가격 변화가 다시 추가 주문을 불러오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전일에도 서울장 마감 무렵부터 롱스톱이 출회됐고 주요 저항선이던 1,380원 선이 무너진 뒤 낙폭이 빠르게 확대됐다.
다만 1,380원 하향 돌파 자체가 API 주문의 직접적인 작동 조건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PI 거래가 환율의 방향을 만드는 것과 이미 형성된 방향의 속도를 높이는 것도 구분해야 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실제 달러 수급이 환율의 방향성을 형성한 상황에서 API를 활용한 자동화 거래가 관련 가격에 빠르게 반응하면서 단기적인 움직임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API 거래는 시장 간 가격 차이를 빠르게 해소해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해당 외환딜러는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CTA처럼 외환시장도 API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아직 달러-원 시장이 그러기에는 유동성이 부족하지만 길게 보면 그렇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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