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신민경 기자 = 수협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직 관료인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인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이해상충' 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엘리트 관료인 이 원장의 전문성과 역량은 충분히 검증됐지만 은행을 감독·관리하는 기관의 수장이 피감 기관 수장으로 직행하는 점이 수협은행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에서도 쟁점이 됐다.
향후 행추위가 이 경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모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행추위는 전일 오후 행장 후보를 좁히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행추위는 정부 측 추천 위원 3명과 수협중앙회 측 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단독 후보 추천에는 최소 4명의 동의가 필요해 어느 한쪽의 지지만으로는 후보를 확정할 수 없는 구조다.
신학기 현 행장과 이 원장이 각각 수협 측과 정부 측의 지지를 받는 구도로 예상됐으나, 정부(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금융위원회) 측 추천 위원 3명의 의견도 한데 모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추위원들의 고민은 이 원장이 금융당국에서 쌓은 경력이다. 정책 경험을 은행 경영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수협은행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FIU 수장이 피감기관인 수협은행의 경영을 맡게 되는 만큼 이해상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원장이 이끄는 FIU는 금융권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지난 3월에는 강화된 고객확인(EDD) 미이행을 이유로 수협은행에 10억원 규모의 과태료 부과를 사전 통지하기도 했다.
반면 이 원장의 정책 전문성에 기대를 거는 쪽에서는 수협은행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개편에 주목한다. 비은행 사업 확대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금융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당국과의 협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 원장은 금융위에서 금융산업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등 주요 보직을 거친 1급 고위 공무원이다. 은행·보험 등 금융산업 전반을 두루 살핀 경험을 바탕으로 수협은행의 사업 재편 방향을 큰 틀에서 지휘할 수 있단 평가다.
향후 행추위 논의에선 수협은행의 경영과제를 놓고 후보자 역량을 다시 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원장에 힘을 실어줄 경우, 현직 금융관료를 감독 대상 은행의 행장으로 선임하는 이례적 선례를 남기게 된다.
한 법무법인의 금융권 담당 변호사는 "고위 관료의 퇴직 후 취업 제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 역시 공직에서 쌓인 노하우를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면서도 "그렇다고 현직 고위당국자가 은행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드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협은행 내부에서도 과거 관료 출신 행장 선임 때와는 달라진 여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2020년 이후 내부 출신 행장 체제가 이어져 온 가운데 현직 금융관료를 영입해야 할 필요성을 두고 내부에서도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협은행은 과거에도 관료 출신 행장을 맡았지만, 당시에는 공적자금 상환과 경영정상화라는 과제가 있었다. 이주형·이원태 전 행장은 공직을 떠난 뒤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거쳐 수협은행장에 올랐다. 이후 수협중앙회는 2022년 잔여 공적자금을 상환했다. 행장 인선에서도 2020년 김진균 전 행장을 시작으로 강신숙 전 행장과 신학기 현 행장까지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들이 잇따라 선임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 내부에서도 현직 금융위 관료의 도전에 대해 배경을 파악하기 분주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향후 논의에서는 내부 출신 후보와 정부 측 인사를 둘러싼 평가 차이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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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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