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의 관건 가운데 하나는 연평균 달러-원 환율이다.
원화 가치가 높을수록(환율 하락) 달러화로 표시한 국민소득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 달러-원 환율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환율 변동성 완화가 과제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4만달러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명목 GNI가 급증하면서 1인당 GNI 3만달러 시대를 연 지 12년 만에 4만달러 돌파가 점쳐진다.
1인당 국민소득은 명목 GNI를 인구수로 나눠 원화 기준으로 구한 뒤, 연평균 달러-원 환율을 적용해 달러화로 환산한다. 4만달러 달성 여부가 명목 GNI 못지않게 환율에 달린 이유다.
한은에 따르면 상반기 명목 GNI는 전년 대비 21.8% 증가했다. 하반기 명목 GNI 증가율을 보수적으로 15%로 가정하더라도, 연평균 달러-원 환율이 1,550원대를 웃돌지 않는 한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넘길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지난 8일 2분기 국민소득 기자설명회에서 "하반기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다면, 연간으로 명목 GNI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환율 안정세가 유지된다면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월평균 환율은 6월(1,527.95원)을 제외하면 매달 1,400원대였고, 이달 들어서는 1,300원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4만달러 달성이 불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환율에 따라 달러화 표시 국민소득이 출렁이는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원화 표시 1인당 GNI는 매년 꾸준히 늘었지만, 달러화 표시로는 이와 무관하게 등락을 거듭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가 대표적이다. 1인당 GNI는 2007년 2만5천19달러에서 2009년 1만9천916달러로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화 표시 1인당 GNI는 늘었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던 2022년에도 원화 표시 1인당 GNI는 5% 증가했지만, 달러화 표시로는 7% 감소했다.
올해도 원화는 상반기 글로벌 최약체 통화 가운데 하나였다가 하반기에는 가장 가파르게 절상된 통화로 돌아서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이 어려워져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의 수준보다는 예측성이 중요하다"며 "환율이 예측 가능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기업이나 가계, 경제주체들이 앞을 보고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을 낮출 구조적 해법으로는 외환시장의 심도를 키우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가 원화의 글로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원화 국제화'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수출입기업의 결제·네고나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등 실수요가 일정한 방향으로 집중될 경우 주문 흐름이 단기 환율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면 글로벌 은행과 기관투자자, 마켓메이커(시장조성자)의 원화 거래가 활성화되면 동일한 규모의 외환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 만큼 환율 변동성이 쉽게 잦아들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원화가 점차 '원자재 통화'의 성격을 보일 수 있다"며 "환율이 반도체 경기에 크게 연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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