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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4만弗] 경제는 커졌는데 국민 체감은 '팍팍'

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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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형 양극화·청년 고용 부진…국민 체감경기 29개국 중 27위

양극화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한국 경제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의 몸집이 커진 것과 달리 가계 소득과 소비, 고용으로 번지는 온기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모습이다.

거시경제 지표와 국민의 체감경기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4만달러 시대의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정부와 한국은행,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올해 1인당 GNI가 사상 처음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1인당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를 인구로 나눈 통계로,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외형상으로는 한국 경제는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는 셈이다.

◇반도체는 호황인데 내수는 더디게…'K자형 양극화'

올해 한국 경제의 빠른 성장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생산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와 숙박·음식점 등 서비스업의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보고서에서 향후 우리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낙수효과 없는 K-양극화'를 꼽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9만5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특히 가계소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21만8천원으로 0.8% 증가했다.

반면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은 20.4% 급증했고, 이 가운데 공적이전소득은 27.6% 늘었다. 가계소득 증가에서 근로소득보다 이전소득의 기여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다.

더욱이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분기 -0.3%에서 2분기 -1.3%로 오히려 감소 폭이 컸다.

공적이전이 없었더라면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졌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경제동향에서 "상반기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0.3%에 머물렀다"며 "가계 구매력 회복이 제한되면서 소비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이러한 격차는 더 선명하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8만3천원이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109만4천원이었으며, 월평균 소비지출은 137만2천원에 달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125.3%였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국민소득 4만달러라는 거시지표와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살림살이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한파 부는 고용시장…청년은 더 춥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 달리 고용시장에는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KDI는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올해 수출은 8.7%, 설비투자는 7.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취업자 증가 폭은 11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을 이끄는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8만4천명 증가했다. 특히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8만6천명 늘며 전체 취업자 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제조업 취업자는 3만8천명 줄어 26개월 연속 감소했고, 내수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에서도 6만1천명 줄어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는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업황이 좋더라도 대규모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더욱 팍팍하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4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청년층 고용률은 28개월째 하락해 44.1%를 기록했다.

올해 3%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고용의 큰 폭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KDI는 올해 우리 경제가 3.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실업률은 전년보다 0.1%p 높은 2.9%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 체감경기는 29개국 중 27위 '최하위'

국민이 직접 느끼는 경제 상황에서도 이 같은 괴리는 뚜렷하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6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은 비교 대상 29개국 가운데 13위로, 전 세계 상위 7%의 경제 수준이다.

그러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체감도는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 2023~2026년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19.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4만달러 시대 이후 한국 경제의 과제가 성장률 자체를 높이는 데서 성장의 성과를 폭넓게 확산하는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반도체 수출 경기 호조에 따른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과실이 내수로 파급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점에 안주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수 경기의 활력을 보강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형일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경기 회복으로 확보되는 정책 여력을 활용해 성장의 온기가 지역·계층·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jhpark6@yna.co.kr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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