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연휴 시작됐다…무슨 책 읽을까
가상자산 업계 리더 5인의 추천 도서
[연합뉴스TV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추석 연휴엔 은행도 국내 증시도 문을 닫지만 나 홀로 불이 켜진 곳이 있다. 24시간 돌아가는 가상자산 시장이다.
코인 업계 종사자들은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각종 매크로 국내외 변수를 소화하며 시세가 급변하다 보니 밤잠을 설치는 이들도 많다. 이렇게 치열한 '코인 바닥'에서 살아남은 리더들의 면면을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유독 책을 가까이한단 점이다.
가상자산과 종이책은 얼핏 들으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가상자산이 가장 진보된 디지털자산이라면 종이책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매체라서다. 분초를 다툰다는 코인 업계 리더들이 여전히 곁에 종이책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추석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나흘이다. 쉬지 않고 가상자산 시장 최일선에서 활약해 온 리더들에겐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은 필요하다.
연합인포맥스는 24일 업계의 소문난 책벌레들에게 연휴 동안 읽을 책 한 권씩을 추천받았다.
◇해시드 김서준 '래디컬 마켓'·'시대예보:경량문명의 탄생'
블록체인 분야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총 세 권의 책을 추천했다.
첫 번째 책은 에릭 포즈너·글렌 웨일의 '래디컬 마켓'이다. 시장이 소수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으려면 어떤 규칙이 필요한지를 설명한 책이다. 김 대표는 '자산을 소유한다'는 게 다른 사람의 이용을 제한할 힘도 갖는단 점에 주목했다.
그는 "새 기술이 등장해도 기존의 소유권과 독점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면 겉모습만 달라진 시장이 될 뿐"이라며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도 무엇을 토큰으로 만들지만 따질 게 아니라 누가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규칙은 누가 바꿀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책은 송길영의 '시대예보: 경량 문명의 탄생'이다. 인공지능(AI)의 보편화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다룬 책이다. 김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개인이나 작은 팀도 과거에는 큰 조직이 맡았던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도 "조직의 규모가 작아져도 사람들의 믿음을 얻고 결과에 책임져야 한단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미치 앨봄의 논픽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다. 저자가 루게릭병을 앓는 은사 모리 슈와츠 교수가 세상을 떠나기 전 수개월간 매주 화요일에 만나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김 대표는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좇는 일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 업계는 실시간으로 가격과 성과가 보여지는 냉정한 세계"라며 "숫자를 읽는 사람일수록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관계와 시간의 가치를 의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난감 다루듯 책과 놀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매주 책 10권씩을 사다 준 덕분에 일찍부터 넓고 깊게 읽는 독서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요즘은 사업이나 실무에 필요한 정보는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얻고, 책으로는 공상과학(SF) 소설을 즐겨 읽는다.
◇두나무 최원석 '호모 데우스'
최원석 두나무 글로벌사업총괄 부사장(CGBO·Chief Global Business Officer)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추천했다. AI와 데이터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내다본 책이라서다.
최 부사장은 "AI는 인간이 바라는 창조와 불멸, 행복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그 혜택을 누리려면 도덕과 문화, 제도도 함께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두고 "뇌에 좋은 건강식품"이라고 정의했다. 딱딱한 경영 이론서보단 미래를 예측한 책이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처럼 적극적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의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이른바 '똑똑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대처를 엿보기 위해서다.
◇DSRV 서병윤 '더 골'(The Goal)
서병윤 디에스알브이(DSRV) 대표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융위원회에서 핀테크 업무를 맡았던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서 대표의 추천작은 엘리 골드렛의 '더 골'(The Goal)'이다. 공장의 생산이 지체되는 원인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저자가 정립한 '제약이론'(일을 방해하는 제약요소부터 찾아내 개선하는 방식)도 추리소설처럼 풀어냈다. 서 대표는 이 책을 처음 읽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종종 다시 펼친다고 했다.
그는 "AI가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사람이 문제의 본질을 고민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며 "이 시대의 경영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관심이 생긴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는 방식으로 지식을 축적하는 편이다. 에너지와 반도체, 양자역학처럼 낯선 주제도 그 분야 권위 있는 책부터 읽으며 원리를 이해하곤 했다.
'삼국지'와 '로마인 이야기' 같은 역사책도 즐겨 읽는다. 역사 속 인물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다 보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메리츠증권 강병하 '크립토 타이탄스'
웨이브릿지 최고기술책임자(CIO) 출신으로 현재 메리츠증권에서 디지털자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강병하 상무는 마르쿠스 틸렌의 '크립토 타이탄스'를 권했다.
강 상무는 "가상자산 시장의 초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초기 시장에 참여한 저자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시장의 흐름을 정리한 것인데, 초창기 산업의 형성 과정이 궁금한 독자라면 연휴에 차근차근 읽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김성진 '읽고 쓰고 소유하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전 가상자산과장(현 자산운용과장)은 업계에서도 '쉼 없이 공부하는 공무원'으로 통했다.
김 과장은 가상자산과가 신설된 2024년 7월 초대 과장으로 부임해 2년 넘게 부서를 이끌었다. 사실상 국내 가상자산 정책의 뼈대를 세운 '키맨'이었다. 김 과장은 지난 8월 말부터 자산운용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과장은 크리스 딕슨의 책 '읽고 쓰고 소유하다: 블록체인이 바꾸는 인터넷의 새로운 질서'를 추천했다. 인터넷의 역사를 따라가며 블록체인과 웹3가 등장한 배경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김 과장은 "가상자산을 넘어 블록체인과 웹3 생태계의 태동과 지향점을 프로토콜의 역사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며 "토큰화와 금융의 융합 등 다가올 미래를 조망하는 데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금융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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