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둔화 우려서 실적 확대로 시선 이동
추석 앞두고 반도체 포트폴리오 재점검…HBM4·D램 가격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400.18포인트(4.97%) 오른 8,447.69다. 2026.5.27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인공지능(AI) 산업의 투자 속도가 정점을 지났다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에 흔들렸던 글로벌 반도체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시 달라지고 있다.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데이터센터 수요와 반도체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면서 시장의 관심도 'AI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AI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만들어낼 것인가'로 바뀌는 모양새다.
국내 증시에서는 아직 이런 변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의 주가에 온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선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면서 3분기 실적과 4분기 이후 이익 전망의 변화를 확인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최근 증권가에서는 HBM4 출하 확대와 범용 D램 공급 부족을 근거로 메모리 업황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투자 논리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 경쟁력 회복과 범용 D램 가격 상승이라는 두 가지 모멘텀이 동시에 부각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성장하는 HBM 시장에서 기존의 기술 우위와 높은 수익성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AI 속도조절론'에서 다시 반도체 실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분위기는 최근 빠르게 바뀌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AI 산업이 투자액에 걸맞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면서 기술주 전반에 속도조절론이 확산했지만, 시장은 다시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GPU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은 물론 서버용 D램까지 수요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AI 투자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자금의 투입 규모보다 그 투자가 실제 반도체 주문과 가격, 기업 이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이런 변화는 국내 메모리 기업의 실적 전망에서도 감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HBM4 출하가 본격화하고 범용 메모리 가격도 강세를 나타내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AI 속도조절론이 주가를 흔들기는 했지만 아직 메모리 기업의 이익 전망까지 꺾지는 못한 셈이다.
◇삼성전자, HBM 추격에 범용 D램까지
최근 증권가에서 상대적으로 변화가 두드러지는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HBM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전자의 할인 요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HBM4 매출 확대와 함께 내년 HBM4 계열 제품의 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범용 D램의 공급 부족 역시 삼성전자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많은 생산능력을 필요로 한다.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을 늘릴수록 범용 D램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에 따라 AI 투자가 HBM 수요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범용 메모리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범용 D램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까지 누릴 수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 HBM 성장보다 '프리미엄' 유지가 관건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HBM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 자체에는 아직 큰 이견이 없다.
AI 가속기 성능 경쟁이 이어지면서 GPU 뿐 아니라 빅테크가 자체 설계하는 ASIC에도 HBM 채택이 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이 시장에서 앞선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확보하며 높은 수익성을 누려왔다.
때문에 시장의 질문도 'HBM이 계속 성장할 것인가'에서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누려온 프리미엄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가'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HBM4 출하량과 수율이 빠르게 개선될 경우 주요 고객사의 공급선 다변화 가능성이 커진다.
HBM 시장 전체의 파이는 커지더라도 삼성전자의 점유율 상승은 SK하이닉스에는 경쟁 심화를 뜻한다.
반대로 차세대 HBM에서도 SK하이닉스가 높은 점유율과 가격 협상력을 유지한다면 현재의 높은 수익성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다.
결국 4분기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를 좌우할 변수는 HBM 시장의 성장 여부보다는 차세대 제품에서도 기술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추석 이후엔 'AI 기대'보다 숫자
위험 요인도 있다.
AI 투자 대비 수익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거나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면 HBM 수요 전망은 달라질 수 있다.
메모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서버와 IT기기 업체의 비용 부담을 키워 수요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원화 강세 역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이익에는 부담이다.
이를 고려하면 추석 이후 시장이 확인할 것은 AI라는 거대한 이야기보다 구체적인 숫자일 가능성이 크다.
3분기 실적을 시작으로 4분기 HBM4 출하량과 범용 D램 가격, 내년 HBM 공급계약과 고객사별 점유율이 차례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HBM4 경쟁력 회복과 범용 D램 공급 부족이라는 두 개의 엔진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구조적 성장 속에서 기존의 기술력과 높은 수익성을 얼마나 지켜낼지가 중요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내 투자자들이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 속도조절론은 반도체 주가를 흔들었지만 아직 AI 투자와 메모리 이익 사이클까지 꺾지는 못했다"며 "연휴 이후 '삼전닉스'의 방향을 가를 것은 AI에 대한 기대 자체보다 그 기대가 실적 전망치라는 숫자로 확인되는 속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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