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국과 멕시코가 장기간 답보 상태였던 무역협정 논의를 다시 꺼내 들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원유·핵심자원 공급망 협력 채널과 1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체계도 구축한다.
단순 교역 상대를 넘어 북미 공급망의 핵심 거점인 멕시코와 통상·투자·금융·자원을 하나로 묶은 경제협력의 제도적 틀을 다시 짜겠다는 구상이다.
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이 같은 내용의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에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무역협정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국 기업의 멕시코 투자가 크게 늘고 멕시코가 한국의 중남미 제1위 교역·투자국으로 자리 잡은 점을 거론하며 양국 경제관계에 걸맞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무역협정이 체결된다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공동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양국 관계기관은 상품 교역뿐 아니라 산업협력과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이익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과 멕시코는 2006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22년 협상 재개를 선언한 이후에도 실질적인 협상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시장 개방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FTA보다 투자와 산업·공급망 협력을 포괄하는 경제협정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양국이 협력의 틀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멕시코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멕시코는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북미 시장과 중남미를 연결하는 제조업 거점이다. 현재 560여개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셰인바움 정부의 산업정책인 '플랜 멕시코'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셰인바움 대통령 역시 한국 기업의 투자와 사업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유·핵심자원 공급망으로 협력 확대
공급망 협력의 범위도 넓어진다.
우선 양국은 원유와 핵심자원을 논의할 정부 간 대화 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셰인바움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한국 기업의 멕시코산 원유 수입 물량이 회복된 데 감사를 표했고, 양국 정상은 안정적인 원유 공급과 수급을 위해 지속해서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경쟁, 중동발 에너지 불안 등으로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멕시코와의 관계를 제조업 투자에서 에너지·자원안보로 확장하는 셈이다.
투자 안전판도 보강한다.
양국은 7년간 진행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개정안에는 페이퍼컴퍼니의 무분별한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제소를 막는 동시에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투자자금 이전을 보장하고 분쟁해결 절차를 구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향후 국내 절차와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발효되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투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도 강화된다.
◇1억弗 금융라인 깔고 AI·우주·방산까지
기업의 현지 진출을 뒷받침할 금융지원도 붙는다.
양국 수출입은행은 1억달러 규모의 전대금융을 설정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멕시코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고 현지 금융회사가 다시 한국 기업이나 한국산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멕시코 기업에 대출하는 구조다.
ICT와 바이오, 항공우주 등에서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현지 기업은 물론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를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
협력의 외연은 AI와 우주·방산 등 첨단산업까지 확대한다.
양 정상은 'AI 협력 선언'을 채택하고 오는 11월 한국의 AI·디지털정부 민관사절단을 멕시코에 파견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2028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을 맡는 만큼 지난해 경주 APEC에서 채택한 'AI 이니셔티브'의 이행 상황도 함께 점검한다.
우주 분야에서는 별도의 실무그룹을 만들어 평화적 우주 탐사와 활용을 위한 공동 사업을 발굴한다.
방산 분야에서는 멕시코가 추진하는 군 현대화 사업과 한국 방산업체의 현지 생산을 연계하고, 향후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가능성까지 모색한다.
양국은 경제·산업·자원과 세관, 전대금융, 문화, 관광, 국제개발협력, 장학·학술교류 등 7개 분야 협력 문건도 교환했다.
더불어 이번에 합의한 과제는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에 담고 경제공동위원회를 매년 열어 이행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 간 시장 문턱을 낮추고 기업의 안전판을 강화한 동시에 원유·핵심자원 공급망까지 연결된 만큼 양국 관계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교역 확대에서 '북미 공급망을 함께 활용하는 경제 파트너십'으로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5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jsjeong@yna.co.kr
정지서
jsjeong@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