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국보법 논쟁 소환…"과한 주장, 멋있어도 좋은 결과 어려워"
검찰개혁 둘러싼 여권 내 속도전 논쟁 속 주목…"저항 최소화해 실질적 성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너무 빨리, 멀리, 급하게 가면 반동을 맞이한다"며 급진적인 개혁론을 경계했다.
개혁의 당위성 못지않게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최근 검찰개혁 등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에서 속도와 방법론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혁명적 상황이 되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며 "쭉 달리던 길에서 적당하게 절제를 해야 하는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그대로 더 빨리 질주하면 절제를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빨리, 멀리, 급하게 가다가 반동을 맞이한다"며 프랑스 혁명을 그 사례로 들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을 직접 소환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통째로 폐지하는 것은 무리니까 독소조항 몇 개라도 삭제하자고 여야가 합의를 거의 했다"며 "그런데 누군가가 갑자기 '폐지를 해야지 반만 폐지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반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말은 좋지만 상대방이 '통째 폐지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못 했다"며 "그래서 그 법 조항은 아직도 살아서 최근에 누군가가 압수수색을 당했더라"고 지적했다.
당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주장했던 여권 인사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식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과거 사례를 통해 현재의 개혁 방법론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청와대는 전날 유시민 작가의 최근 검찰개혁 관련 발언을 두고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비슷한 상황들이 벌어진다"며 "뭔가 자신들의 선명함을 드러내기 위해 과한 주장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명해서 멋있을지는 몰라도 실제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상황을 만드는 데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개혁의 목표 자체를 후퇴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도록 속도와 방식을 조절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한꺼번에 화끈하게 시끄럽게 해치우면 좋지만 쉽지 않다"며 "가급적 저항도 최소화하고 반발도 최소화하고 실효적으로, 실용적으로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개혁을 '이해관계의 조정'이라고 규정하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강한 저항이 발생한다고도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힘은 세다"고 말했다.
이어 "'네거티브의 힘'이라는 게 있다"며 "좋은 상황을 만들어 득이 되는 데 대한 에너지는 크지 않지만 현재의 잘못된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가진 것을 뺏기게 되기 때문에 저항과 반발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기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어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고 있다면 중간쯤에 있는 선량한 사람들에게도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해 동조자를 많이 끌어모은다"며 "반면 좋은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은 잘되면 다행이고 못돼도 할 수 없다는 식이어서 관심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 세상은 잘 바뀌지 않고 나쁜 상황들이 계속 쌓인다"며 "결국 나라가 망하거나 혁명적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고 했다.
다만 개혁 과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의료 개혁이든 공기업 개혁이든 공직 개혁이든 지방 개혁이든 나름 많은 것들을 하고 있고 성과들도 있다"며 "제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 시간 내에 하고 싶었던 많은 일과 약속을 해내려고 분초를 아껴가면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9.25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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