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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에 어울리는 전통주는 왜 없을까"…CJ가 찾은 해답 '자리'

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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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프리미엄 증류주 '자리' 3종 출시

칵테일로도 다채롭게 즐길 수 있어…미식의 즐거움 겨냥

(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소주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사이에선 이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초록색 병에 적당히 높은 도수로 각인된 이 증류주는 삼겹살이나 찌개, 혹은 어패류 등과 마실 때 맛이 배가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소주는 이른바 'K-비스트로노미(bistronomy)'에 어울리는 맛이다.

하지만 기념할 만한 날에 찾게 되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y·미식)'의 경우라면 어떨까. 뉴욕의 고급 한식당 '주옥'의 대표 메뉴 '색동저고리 수제비'에 진로 소주라면, 혹은 한국의 미슐랭 스타 식당 '모수'의 '전복 타코'에 참이슬이라면 어떨까. 당연히 나름의 맛이 있겠지만 "미식을 즐겨보겠다"는 입장이라면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미식에선 식감뿐만 아니라 분위기와 기분, 평소와는 다른 '킥'도 중요하니까.

CJ제일제당이 프리미엄 증류주라고 분류한 '자리(jari)'를 출시한 배경에는 이같은 고민이 있었다. 전 세계 주류 시장이 둔화하는 상황에도 CJ가 고급 증류주를 만든 것은 우리도 미식에 더 잘 어울리는 전통주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CJ제일제당이 23일(미국 동부시간) 미국 뉴욕의 유명 한식당 '구이스테이크하우스'에서 진행한 자리의 출시 기념 행사는 회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였다.

CJ제일제당이 제작한 자리 전용잔

[출처 : 직접 촬영]

CJ제일제당은 자리라고 이름 붙인 전통 증류주 3종을 선보이며 대중과의 교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자리 문배술24'와 '자리 가무치24', '자리 문배술41'의 세 가지 증류주로 숫자는 도수를 의미한다. 자리 문배술 41은 문배 특유의 향을 더 깊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수를 높인 제품으로 프리미엄 주류를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를 겨냥했다.

이날 행사는 '파트너스 데이'로 CJ제일제당과 협업하거나 자리를 도입하기로 한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교류의 장이었다. 지난 22일 뉴욕 한식당 '무노'에서 공식 출시 행사를 연 CJ제일제당은 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자리의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리 파트너스 데이 행사 현장

[출처 : 직접 촬영]

발표에 나선 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식품부문 대표는 "프랑스 음식에는 와인이, 스시에는 사케가 어울리는데 왜 한국 음식은 페어링(pairing)할 수 있는 술이 없을까"라며 자리는 여기에 초점을 맞춘 술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에서 자리 출시 행사를 연 데 대해선 옙 대표는 "자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도시로 뉴욕보다 좋은 곳은 없다"며 전 세계의 중심인 뉴욕에서 한국 음식에 전통주를 조화시켜 한식 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배혜원 식품글로벌전략실 부사장은 "한국의 식문화엔 좋은 음식과 술, 환대의 시간이 있다"며 "양조장과 좋은 술이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만큼 술 한 잔에 스며든 이야기를 따라가며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미슐랭 2스타로 유명한 뉴욕 한식당 주옥의 관계자는 "K푸드가 많이 알려졌지만 특별한 날이나 음식을 즐기러 올 때 페어링 할 수 있을 정도의 술은 찾는 게 어려웠다"며 "자리를 판매할 때도 권할 때도 특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부에 걸맞게 이날 행사는 구이스테이크하우스가 준비한 고급 요리에 다양한 칵테일을 페어링하며 자리가 가진 다채로운 가능성을 드러냈다.

아뮤즈 부쉬로 나온 육회·고추장·캐비어와 와규·트러플·술빵에는 문배술로 만든 오미자 화채 칵테일이 결합됐고 훈제 오리 김말이에는 가무치를 기반으로 한 칵테일이 제공됐다. 시그니처 요리인 프라임립 스테이크에는 가무치 술로 재해석된 칵테일 '블러디메리'가 배치됐다. 디저트도 모찌 아이스크림과 식혜에 수정과 컨셉트의 문배술이 어우러졌다.

블러디 메리 자리 가무치(좌)와 구이 시그니처 스테이크

[출처 : 직접 촬영]

자리는 CJ제일제당과 지역 양조장 간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CJ제일제당이 직접 술을 증류하지는 않는다.

지역 양조장에서 원액을 공급받아 충남 논산의 전용 시설에서 옹기 숙성과 블렌딩을 거친 뒤 자리 브랜드가 덧씌워진다. 문배주양조원, 다농바이오, 예산사과와인, 화곡양조장 등이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이 가운데 문배술과 가무치가 우선 출시됐다. CJ제일제당은 브랜딩과 마케팅, 유통 등을 맡는다.

CJ제일제당이 이처럼 선택한 것은 한국 전통주의 품질과 해외시장 진출의 용이성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국내 양조장 5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5.5%는 한국 전통주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98%는 해외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봤고 수출하지 않는 양조장의 80%도 해외 진출에 관심을 보였으나 홍보, 마케팅,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뉴욕의 주요 한식 파인다이닝과 바 등에 자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핵심 시장은 미국으로 잡고 있으며 미국 서부 지역으로 진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자리는 아직 일반 소비자에겐 판매되지 않고 요식업장 중심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현지에서 한국 증류주의 인기가 높아지면 B2C 판매도 검토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식뿐만 아니라 일식 등 아시아 음식 전반에 어울리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CJ제일제당의 장나윤 전략기획 담당 부사장은 "궁극적으로 가져가는 목표는 일본 사케, 와인처럼 한식과 어울리면서 많은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술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향후 한국에서 일식 등 아시안 레스토랑으로 확대해서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리 3종류와 전용 잔

[출처 : CJ제일제당]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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