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지난 두 달간 급락한 뒤 1,300원대 중반에서 숨고르기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가 환율 수급에 미친 영향이 주목된다.
조선사의 환헤지는 앞으로 받을 달러를 현재 시장에 미리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 당장의 환율을 끌어내릴 수 있지만, 이미 헤지한 수출대금은 향후 새로운 네고 물량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달러 공급 시점을 앞당기는 거래로도 볼 수 있다.
26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월 1일 고점인 1,559.20원에서 이달 9일 저점인 1,334.60원까지 224.60원 밀렸다.
지난 7월 이후 반도체 기업 등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과 함께 조선사들이 선물환을 통해 앞당겨 공급한 달러가 환율의 주요 하방 재료로 거론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기업의 선물환 순매도는 174억달러로 전 분기 86억달러의 두 배를 웃돌았다. 2008년 2분기 242억달러 이후 18년 만에 최대다.
월별 순매도 규모도 지난 4월 8억달러에서 5월 73억달러, 6월 93억달러로 급증했다.
조선사는 선박을 인도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동안 환율 변동으로 수주대금의 원화 가치가 달라지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에 앞으로 받을 달러를 은행에 선물환으로 팔아 적용되는 환율을 미리 확정한다.
은행은 선물환 매입으로 생긴 환위험을 줄이기 위해 통상 외화를 차입해 현물환시장에서 매도하거나 외환스와프·은행 간 거래 등을 활용해 반대 포지션을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조선사의 미래 달러 수입은 현재의 현물 달러 공급 압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만기가 되면 조선사는 선물환 계약에 따라 선박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은행에 넘긴다. 은행이 외화 차입으로 포지션을 헤지했다면, 해당 달러로 차입금을 상환한다. 이처럼 선물환 계약에 대응하는 수출대금은 현물환시장의 신규 네고로 다시 나오지 않는다.
올해는 한화오션의 환헤지 전략 변화가 서울환시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환헤지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기로 한 뒤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섰다. 지난 7월 10일 하루에만 20억달러를 매도했고, 전략을 변경한 이후 시장에 나온 물량은 5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됐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화오션이 상반기 중 환헤지 포지션을 확대해 3분기 환율 하락의 영향을 일부 방어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7월과 같은 대규모 선물환 매도 소식은 최근 들어 뜸해진 분위기다.
신규 선물환 매도가 줄면 거래 상대방인 은행이 헤지를 위해 내놓는 현물 달러도 감소한다. 이미 환헤지가 이뤄진 선박대금 역시 만기 때 새로운 네고 물량으로 나오지 않는 만큼, 달러 공급은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당겨 나온 월말·분기말 네고가 소진되면 달러 공급 규모가 줄면서 환율이 되돌림에 나설 여지도 있다. 지난 23일 달러-원이 장중 1,340원대에서 1,360원선까지 반등한 점도 하단에서 매수 수요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다만, 조선사들의 잠재적인 환헤지 기반은 다시 쌓이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의 지난 8월 말 누적 수주는 59억4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달에는 약 11억달러 규모의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하면서 올해 상선 부문 수주액만 55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에도 30억달러 이상 규모의 비너스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태국 군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신규 수주는 장기간에 걸쳐 유입될 달러 수주대금을 늘린다. 이는 향후 선물환 매도를 거쳐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매도 여부와 시기는 환율 수준과 회사의 판단에 달렸다.
단기적으로는 지난 7월과 같은 대형 물량이 뜸해진 점이 환율의 되돌림 여지를 키울 수 있지만, 늘어나는 수주잔고는 다시 환율 상단을 제한할 요인으로 관측된다. 향후 조선사들이 추가 환헤지에 나서는 시점과 규모가 서울환시의 수급 변수로 남아 있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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