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은행권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과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발맞춰 기업대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 장기화가 맞물려 은행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며 기업대출 건전성 리스크가 한층 더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대출 특성상 가계대출 대비 규모가 크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이 차주의 원리금 상환을 압박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대의 여파로 고정이하여신(NPL)과 연체율이 상승하며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올해 상반기 기준 기업대출 규모는 1천971조원으로 2천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22년 1천611조원과 비교하면 4년 새 22.3% 증가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안정적 수익원인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리자 대출 포트폴리오를 기업금융 중심으로 전환한 결과다.
문제는 기업여신의 부실 증가 속도가 대출 증가세보다 더 빠르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에 따르면 은행권의 NPL은 2022년 8조3천413억원에서 올 상반기 15조1천883억원으로 82.1% 급증했다. 전체 기업여신 대비 부실여신 증가 속도가 약 3.7배 빠르다.
아직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높은 요주의여신도 상반기 기준 16조3천820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기업대출 규모를 늘리는 데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며 "금융당국은 은행별 건전성과 손실 흡수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금융 확대가 부실 위험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매달 발표하는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에서도 이러한 리스크가 감지된다.
지난 7월 은행권의 연체율은 0.63%로 전월 말(0.56%) 대비 0.0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7월 기준으로 지난 2016년(0.7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체율을 끌어올린 원인으로 기업대출이 지목됐다. 가계대출 연체율(0.43%)은 작년 7월 대비 0.01%p 하락한 반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11%p 상승했기 때문이다. 직전 달(0.68%)보다도 0.10%p 올랐다.
[출처: 금융감독원]
심지어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연체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재무적 체력이 튼튼하다고 평가받는 대기업조차 제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월 말(0.22%) 대비 0.14%p, 전년 동월 말(0.14%)보다 0.22%p 올랐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전월·전년 동월 말(0.82%)보다 0.09%p 상승한 0.9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소법인 연체율은 0.90%에서 0.10%p 올라 1.00%를 찍었다. 지난해 7월 0.72%였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 역시 1년 새 0.77%까지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데다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며 기업금융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은행들의 건전성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도 따라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1년물 금리가 최근 4%대에 올라섰다. 2023년 11월 이후 거의 3년 만이다.
한은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약 15개월 뒤 정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8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올렸다는 걸 고려하면 내년 10~11월쯤이다.
다만 충격을 견딜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은 9개월 뒤인 내년 4~5월에 연체율 상승 폭이 가장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기업대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수익 창출 능력 개선, 수익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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