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 접근성 요구 가능성…RFI도 현재 국내 중개사 이용
해외 사업자 진입 방식 따라 법령 개정 필요…"당장 정해진 것은 없어"
시장 외연 확대냐 모니터링이냐…'G10 원화' 가는 길의 딜레마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참여 확대에 이어 '중개 인프라'가 시장 국제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 간 달러-원 현물환 거래는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RFI 역시 현물환 거래 시 현재로서는 국내 중개사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거래 인프라를 원화 거래에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할 수 있다.
27일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연합인포맥스에 "해외 기관들이 글로벌 플랫폼 이용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외국 기관 입장에서는 원래 쓰던 플랫폼을 쓰면 편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RFI 가운데 노던트러스트 싱가포르와 스테이트스트리트, SC 런던 등 주기적으로 원화 거래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일부는 주식 관련 자금 흐름과 연계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중개사가 딜리버러블 원화를 취급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측면도 있다"면서도 "모니터링 등의 부분도 있어 단순히 자유화가 좋다고만 할 수는 없고 균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日 사례가 보여준 양면성…시장 외연 확대냐 모니터링이냐
중개 인프라 개방의 큰 쟁점은 시장의 외연 확대와 당국의 모니터링 능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실제로 일본의 외환시장 변화는 이런 양면성을 보여주는 참고 사례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 MINEX와 EBS 등 전자중개 시스템이 등장한 뒤 전자거래가 빠르게 확산됐다. 일본 금융기관과 중개사가 주축이 돼 설립한 MINEX는 1996년 사업권을 EBS에 넘겼고, 이후 EBS는 달러-엔 은행간 시장의 주요 전자중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행(BOJ)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자 외환거래(e-FX)의 발전과 도쿄 외환시장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자거래 확대에 따라 거래 장소가 늘어나면서 시장 유동성이 분산되고, 이에 따라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역시 원화 거래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에서 폭넓게 이뤄지는 방향으로 시장을 개방할 경우 거래 기반과 유동성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당국이 거래 흐름을 현재처럼 촘촘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한은 외환시장 관계자는 "원화시장의 거래 편의성과 접근성을 계속 높여가다 보면 과거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중개 인프라 문제도 이제는 고민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중개사 들어오려면 법령 손질…개방한다고 수요 생길지는 별개
글로벌 사업자의 원화시장 참여 방식을 확대하려면 관련 법령을 추가로 손질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될지 시행령이나 규정 개정이 될지는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가 외국 법인의 참여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중개사와 국내 중개사가 제휴하는 방식은 현행 제도에서도 가능하며 당국은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이어왔다.
다만 해외 사업자가 직접 달러-원 현물환을 중개하거나 기존과 다른 형태의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업 구조에 따라 추가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아직 글로벌 중개사의 원화시장 진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거나 방향을 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제도적 문턱을 낮춘다고 해외 사업자가 곧바로 원화시장에 들어올지도 별개의 문제다.
RFI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도 당국이 해외 금융기관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을 때는 제도 개선 시 참여 의사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제 초기 RFI 유치 과정에서는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규제가 적을수록 좋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들어올 수요가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실제 사업 수요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G10 원화' 가면 시장 관리 방식도 달라질까
보다 장기적으로는 원화의 국제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당국의 시장 관리 방식 자체도 변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보면 결국 주요 10개국(G10) 통화처럼 원화의 자유화 폭이 커지면 현 수준의 모니터링 체계는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거래가 국내 시장을 넘어 여러 시간대와 플랫폼에서 폭넓게 이뤄지는 단계에 이르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개별 거래 흐름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시장 관리 체계 역시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 외환당국은 24시간 시장 개장 이후 심야 시간대까지 시장 움직임과 수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