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시·도금고 얘기에는 다들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예상했던 행사 종료 시간보다 훨씬 길게 이어졌습니다. 원장님보다 회장님들이 말씀을 더 많이 하셨습니다."
지난 23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8개 은행지주 회장이 함께한 조찬간담회. 이날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와 내부통제가 주요 의제였지만, 예상외로 회장들의 발언이 길어진 대목은 지방 시·도금고였다.
특히 금감원장과 만남의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금융지주 회장들의 성토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입찰에 뛰어들면 지역은행으로서는 금고를 지키기 위해 협력사업비 경쟁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털어놓은 것이다.
2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간담회 당일 회장들은 차례로 각자의 경영상 고민을 이야기했다.
금감원은 간담회에 앞서 지주들로부터 건의사항도 받았다. 미리 의견을 낸 곳도 있었고, 간담회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보탠 회장들도 있었다.
대화는 이 원장의 모두발언에 담긴 CEO 승계와 지자체 금고 입찰, 내부통제 세 가지 주제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다만 시·도금고 이야기가 나오자 지방지주 회장들의 말이 길어졌다고 한다.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한 간담회는 당초 예정된 오전 9시를 지나 9시 30분이 다 돼서야 끝났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회장님들이 돌아가며 경영상 고민을 많이 이야기했다"며 "시·도금고 문제에는 다들 할 말이 많았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방지주 회장들이 금고 문제에 민감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시·도금고를 맡으면 지자체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공무원 급여계좌와 지역 주민·기업 거래로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지역은행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영업 기반이기도 하다.
대형 은행이 입찰에 뛰어들면 지역은행의 고민은 두 갈래가 된다.
금고를 내주면 자금 조달과 연계 거래 기반이 줄어든다. 지키더라도 더 높은 예금금리나 협력사업비를 제시해야 한다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방지주 회장들이 이 원장 앞에서 경쟁 여건을 잇달아 거론한 배경이다.
실제로 간담회 며칠 전 결정된 경북도금고 입찰에서는 KB국민은행이 기존 제2금고 운영 은행인 iM뱅크에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iM뱅크의 수성이었지만, 두 은행의 평가 점수 차이는 2.9점에 불과했다. 지역은행이 금고를 지키고도 대형 은행의 추격을 실감할 만한 결과였다.
이 원장도 회장들의 이야기가 오간 자리에서 지역금융기관의 역할을 고려해 달라는 당부를 이어갔다고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지주들은 할 일이 많으니 가급적 지방에서는 지역금융기관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였다"며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지 않나. 지역 안에서 자금이 돌고 지역금융기관도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시·도금고를 놓고 지역은행과 경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대형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은 광주은행과 지역금융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으며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의 시·도금고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대형 은행과 지방은행의 금고 경쟁이 지역금융기관의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 원장은 공개 모두발언에서도 자본력이 앞선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으로 금고를 따내는 모습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고 입찰 참여는 은행의 자율적인 결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금감원이 협력사업비 지출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고 예고했다.
이 원장의 발언이 경북도금고 입찰 직후 나온 만큼 순간 회의장은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지배구조 문제도 간담회 테이블에 올랐지만, 이를 놓고 회장들의 특별한 이견이 나오거나 대화가 팽팽해지지는 않았다"면서 "오히려 시·도금고를 비롯한 각자의 경영 현안에 회장들이 말을 보태면서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금융부 윤슬기 기자)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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