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채권 75%가 이자 상환…고성장 공약 대신 국가 신뢰 선택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대규모 재정 확대 드라이브에 신임 재무장관이 정면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대통령이 연 8% 고성장을 목표로 곳간 빗장을 풀려 하자, 재정 당국 수장이 '3% 재정적자 상한선' 사수를 선언하며 맞섰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수아하실 나자라 인도네시아 신임 재무장관은 최근 예산 브리핑에서 "3%를 최대 재정적자 상한선으로 사용할 것이며, 이를 지키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의회가 1997년~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003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상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3% 재정적자 상한선'을 철폐하려는 것에 경계심을 나타낸 발언이다.
여권 정치권은 '3% 적자 상한선은 글로벌 표준이 아니다'라며 고성장 달성을 위한 재정 빗장 해제를 압박했다. 이는 빠른 경제 성장세를 내건 프라보워 대통령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최근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 전 재무장관을 1년 만에 전격 경질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믿었던 신임 수장에게 가로막힌 셈이다.
재정 전문가인 수아하실 장관이 임명권자의 지출 공약에 기계적으로 동조하기보다 재정 건전성과 국가 신용등급 수호라는 당국 수장으로서의 소신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니 재무부는 내년 예산안의 적자 목표치도 GDP 대비 2.4%로 제출하며 적자 재정의 부작용을 차단했다.
피치와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올해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상황에서, 재정 당국마저 빗장을 열면 신용등급 강등과 국채 금리 폭등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현지 증권사 사무엘 세쿠리타스의 해리 수 매니징 디렉터는 "3% 상한선은 인도네시아 거시경제 안정성의 가장 강력한 앵커"라며 "명확한 대안 없는 한도 완화는 정부 채권 조달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계도 재정 당국의 소신 행정에 힘을 실었다. 인도네시아 경제개혁센터(CORE)의 디포 사트리아 람리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인도네시아의 신규 채권 발행 예정액(약 870조루피아·487억달러) 중 75%인 650조루피아가 기존 부채의 이자 상환에만 쓰인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경제금융발전연구소(INDEF)의 리잘 타우피쿠라만 센터장은 "재정 지출이 생산성 향상과 세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면 미래 생산적 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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