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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은이 뜯어본 NPS·KIC 해외투자…"고수익은 위험 노출 보상일 뿐"

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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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한국의 국민연금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수년간 해외투자를 확대하면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재정 여력을 확충한다기보다는 높은 금융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 등 공공 부문이 보유한 위험 자산을 통해 수익률을 온전히 얻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순자산 포지션의 마이너스 상태로의 귀결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를 늦추고 악화 속도를 완화하는 데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28일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은)이 최근 발간한 '공공 캐리 트레이드가 재정 지속가능성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등 한국의 공공 금융기관들은 대차대조표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많은 경우 시장 위험에 대한 노출도 증가시켰다.

연은의 연구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인 한국이 잠재성장률 둔화와 함께 연금 및 의료 부문의 지출 증가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공공 금융기관들의 시장 위험 노출이 큰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가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KIC 등 공공 금융기관의 통합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이들 기관의 자산과 부채의 가치 및 수익률을 측정했다.

대차대조표는 일반정부(D2)에 한국은행과 KIC를 포함하되 공공부문(D3)의 나머지 부분을 구성하는 비금융 공공기관은 제외했다,

연은은 통합 대차대조표를 통해 살펴본 결과 한국의 재정 상태가 총부채에 견줘 더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2024년 기준 공공부문의 순자산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5.9%에 달해 2015년보다 17.6%포인트(p) 개선됐고, 국민연금 단독으로 보유한 자산만 해도 GDP의 약 46%에 해당했다.

연은은 다만, 대차대조표의 구성을 보면 상당한 위험 감수(risk-taking)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위험 자산인 해외 주식의 비중이 확대됐지만, 부채는 국채나 통화정책 관련 부채와 같은 안전하고 수익률이 낮은 국내 금융상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보유 자산의 약 73%가 위험 자산에 해당했는데, GDP의 53.3%에 달하는 해외자산과 GDP의 31.7%에 해당하는 국내 주식 및 펀드 지분, 비정부 채무 증권이 포함됐다.

반면, 부채 측면을 보면 GDP 대비 37% 수준의 순 정부부채와 화폐(7.4%), 은행 지급준비금(4.4%) 및 중앙은행 증권(4.5%)과 같은 통화정책 수단이 포함됐다.

2008년과 2024년을 기준 시점으로 보고 비교하면, 그 사이 총자산은 GDP 대비 28.2% 증가했는데, 대부분이 위험 자산인 해외자산에 기인했다.

해외자산은 GDP 대비 30.0%p 증가했고, 그중 해외주식은 GDP 대비 1.1%에서 22.3%로 21.2%p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GDP 대비 14.4%p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이는 거의 전적으로 안전한 국내 정부 부채였다.

이러한 구성 변화로 자산과 부채 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0.2%p에서 3.5%p로 확대돼 자산 수익에서 자금 조달 비용을 차감하고 GDP 대비 비율로 환산한 값인 순 투자수익은 2008~2015년 평균 약 1.5%에서 2015~2024년 4.3%로 대폭 늘었다.

https://naver.me/GZDrWpXx

연은은 이렇듯 위험은 높지만, 수익률이 높은 자산과 안전하고 조달 비용이 낮은 부채를 결합한 포지션을 '공공부문 캐리 트레이드'(public-sector carry trade)로 명명했다.

연은은 이러한 공공부문 캐리 트레이드가 통합적인 투자 전략의 산물이 아닌 개별 공공기관의 개별적인 운용 지침에 따라 형성된 결과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결과적으로 형성된 이러한 포지션은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연은은 근본적으로는 '위험 불일치'(risk mismatch)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연금 지급 약정이나 부채 상환 의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겠지만, 보유 자산이 거시경제적 위험에 노출돼 국내 경기가 침체할 경우 오히려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연은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산에서 발생하는 높은 기대 수익은 새로운 재정 자원이 아니라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합 정부 예산 제약하에서 이러한 위험은 궁극적으로 채권 보유자나 납세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위험을 고려할 때 공공부문 자산의 기대 수익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적자를 상쇄하기에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했다.

연은은 한국 공공부문의 캐리 트레이드가 일종의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 기재로 작동한 측면도 있다고 봤다.

재정 부족 문제에 직면한 정부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개혁 대신 차입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부채에 대한 표면적인 부담을 경감하는 금융 억압을 매력적인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은은 한국의 공공부문이 금융 억압에 필수적인 '포획된 구매자'(captive buyer)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GDP의 약 46%에 달하는 국내 최대 저축 자금원이고, 한국 국채의 주요 보유 기관으로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과 KIC에 위탁된 자산은 보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은은 "고령 사회로의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이 가까운 미래에 사회보장 제도의 획기적인 개혁과 재정 규율 강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 확대를 통한) 금융전략이 재정 및 연금 개혁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라고 밝혔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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