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한동안 뜸했던 '딜 미스'(거래 실수)가 이달 들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전용선(API) 주문이 늘어난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에는 합의 취소된 가격 아래로 달러-원 환율이 추가 하락하자 '취소된 가격이 이후 거래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28일 연합인포맥스 취재에 따르면 이달 21일, 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서 일부 달러-원 거래가 딜 미스로 합의 취소됐다.
지난 22일 오전 9시3분께 체결된 1,365.00원 거래는 당시 시세에서 벗어나 취소됐다. 달러-원은 이후 낙폭을 키워 오후 1시59분께 1,352.90원까지 밀렸다.
그 전날인 21일 오후 3시38분께 체결된 1,375.00원 거래도 딜 미스로 취소됐다. 당시 정상 거래 가격은 이보다 높았지만, 달러-원은 이후 런던장 시간대에 1,370.0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를 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API를 통한 주문 확대를 최근 딜미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는 분위기다.
API는 고객이나 금융기관 시스템을 거래시스템에 연결해 주문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 21일과 22일에는 API 관련 거래 과정에서 딜 미스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관계자는 "합의 취소된 거래 중 한 건은 API 거래다 보니, 고객과 맞물려 합의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됐다"고 귀띔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API를 통한 자동화 거래에서 주문 설정 방식과 당시 호가 상황에 따라 예상치 못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PI 설정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정 레벨을 치면 지정가가 아니라 마켓 프라이스(시장가)로 바로 매도하거나 매수하도록 해놓을 수 있다"며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고 장이 얇을 때 그런 식으로 쳐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외국환중개는 최근 들어 딜 미스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API 주문이 늘어난 면도 있겠지만,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등 해외 지점들이 거래에 참여하면서 소통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딜 미스 자체는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야간장 시간대에는 1,470.00원부터 1,473.00원까지 체결된 거래 11건이 한꺼번에 합의 취소됐다. 10월에는 개장 직후 당시 시세보다 약 5∼6원 낮은 1,429.00원 거래가 취소됐고, 12월에는 정규장 마감 직전 시세보다 약 3원 높은 1,480.10원 거래가 취소되기도 했다.
API 주문이나 직전 시세에서 벗어난 체결이 모두 딜 미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딜 미스가 늘 하락 방향으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RFI의 API를 통해 직전 거래보다 3.60원 높은 1,458.50원 거래가 체결됐다. 이는 중개사 확인 결과 정상 거래로 인정됐다.
올해 2월 23일에는 장중 1,449.90원 거래가 합의 취소됐으나 달러-원은 당일 고점을 1,445.50원까지 높이는 데 그쳤다.
한편,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이틀 연속 취소된 가격을 밑돈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참가자는 "특정 레벨에서 딜 미스가 발생하면 그날 해당 레벨을 대부분 보는 것 같다"며 "딜 미스는 보통 아래 방향으로 발생하는데, 이미 본 레벨로 인식돼 시장이 그 가격을 따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고 추정했다.
이달 21일과 22일에는 달러-원이 취소된 가격을 잇달아 밑돌았지만, 이는 추석 연휴를 앞둔 기업의 환전 물량과 외국계 기관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가 환율에 하방 압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실제 매도세가 강했던 만큼 하락 방향으로 발생한 딜 미스가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늘어나는 API 거래가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 이어 '딜 미스'라는 변수까지 나오면서 참가자들의 경계감을 재차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jykim2@yna.co.kr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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