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 지붕 아래 스피커가 둘씩이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 두 자본시장 조직 간에 묘한 경쟁이 붙었다. 오기형 의원이 이끄는 'K-자본시장특별위원회'와 이용우 전 의원이 이끄는 '인공지능(AI) 전환형 금융·증시·경제제도 개선추진단'의 얘기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주제의 행사를 열면서 당내 주도권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당 특별기구인 'AI 금융·경제 추진단'은 지난달 말 출범했다. 김민석 당 대표가 발표한 '메가텐'(국가 미래성장전략을 지원할 혁신 특별기구 10개) 중 하나로, 금융·증시 분야로는 유일하다. AI 전환 시대에 발 맞춰 금융·증시 등 경제 제도 전반의 개선안을 마련하겠단 게 추진단의 취지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던 이용우 전 의원이 단장을 맡았다.
추진단은 첫 대외 행사의 주제로 자본시장 공시 분야를 택했다.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 제도개선: 공시와 디스커버리'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 의원은 자리에서 공시제도 강화와 디스커버리(증거개시·신청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앞서 그는 지난달 말 국회에서 열린 메가텐 출범 첫 회의에서 "상법 개정 후 주어진 과제는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효성 있는 공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추진단이 자본시장 공시를 콕 집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인데, K-자본시장특위로선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특위도 공시 강화를 자본시장 개혁 과제로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특위는 상법 개정 과정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전신인 '코스피5000특위'는 이사 주주 충실의무와 집중투표제 등을 담은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법안 개정까지 주도했다.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5천피를 넘은 것을 계기로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지수 목표치를 조기 달성한 만큼 공시제도 강화 등 남은 자본시장 현안을 해 나가겠단 취지다.
특위는 30일 추진단 첫 행사의 공동 주최자로 나서면서도 하루 전인 이날 별도의 실무 당정회의를 열었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국세청과 특위·민간 위원들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선 '주가 누르기' 방지를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평가방법 개편 방안 및 자본시장 입법 과제가 중점 논의됐다.
특히 저PBR 상장법인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의무화와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가 주요 안건이었다. 베어허그 제도란 인수 제안을 받은 기업 이사회가 그에 대한 판단과 근거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앞서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이사회의 공시 의무를 강화해 대주주의 주가 누르기를 방지하는 내용의 한국형 베어허그 법안을 올 하반기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의원은 당정회의를 마친 뒤 "저PBR 상장사 명단을 공개하는 '네이밍 앤 셰이밍' 공시 제도가 오는 11일 시행된다"며 "'베어허그' 제도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올해 안 법안 처리를 위해 당 내외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추진단의 첫 세미나에 한발 앞서 특위가 공시 분야의 정책 논의에 나선 게 우연만은 아니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말 추진단이 만들어진 직후 특위는 이달 4일과 11일에도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특위의 잇단 행사와 세미나는 위기의식에서 발현된 것"이라며 "추진단 발족을 즈음해 비슷한 주제로 잇따라 행사를 급하게 마련하고 있다. 유사 조직이 생기면서 당내 입지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도 "당내 두 조직의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하기도 어렵다"며 "이번 세미나의 중심 주제도 사실상 자본시장 공시인데, 이 어젠다에선 기존 특위의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인다"고 짚었다.
특위의 고민은 추진단만이 아니다. 지난해 상법 개정 과정에선 특위가 당내 논의에서 발언권이 컸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있어 상임위 차원의 자본시장 법안 처리나 의제 주도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으로선 특위에 무게를 실어 법안을 주도하는 동시에, 정무위를 우회해 법사위 소관인 상법 개정으로 자본시장 개혁을 이끌어내는 '묘수'를 발휘했던 셈이다.
하지만 공시 강화를 비롯해 올해 예고된 현안들은 대부분 정무위 소관인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이다. 원구성 협상을 통해 민주당이 정무위원장직을 확보하면서, 특위라는 '우회로'를 찾지 않고 상임위를 통해 직접 법안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다만 당사자들은 견제설에 선을 그었다. 오 의원 측 관계자는 "(두 조직은) 협업하는 입장이지 배타적일 게 없다"며 "추진단이 특정 과제를 좀 더 보겠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잘 소통해 가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 측도 "추진단은 당 대표가 만든 것이고 특위는 기존부터 정무위와 재경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것"이라며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업무분장도 그때그때 잘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제부 황남경, 증권부 신민경 기자)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오기형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9.29 sco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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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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