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 법안비판 회견에 제동…켄싱턴호텔 여의도로 변경
금투협 "업계 전체 의견이라는 오해 없도록 대안 찾으라 한 것"
공개 대관규정엔 금투협이 밝힌 대관 제한 사유 별도 명시 안 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현행 의무공개매수 법안의 재논의를 요구하는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의 공동 기자회견에 금융투자교육원을 대관하지 말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강조해 온 금융투자협회가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의견 표명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협은 황 회장이 직접 대관을 취소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며, '업계 전체 의견처럼 보이지 않도록 대안을 찾아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해명했다.
금투협은 일부 운용사의 입장이 전체 업계 의견처럼 비칠 우려를 대관 제한의 배경으로 들었지만, 이는 금융투자교육원 이용수칙상 대관 제한 사유로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오는 30일 오후 1시로 예정된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의 의무공개매수제도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금융투자교육원을 대관하지 말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당초 공지한 금융투자교육원에서 회견을 열지 못하게 됐다. 회견 장소는 켄싱턴호텔 여의도로 변경됐으며 시간은 당초 예정대로 오후 1시다.
금투협은 일부 운용사들의 주장이 금융투자업계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대관 제한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일부 운용사의 입장인데 전체 협회 의견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일부 운용사만 대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한두 개 회사의 입장 발표는 협회에서 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금투협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황 회장은) '업계 전체 의견처럼 보일 수 있으니 오해가 없도록 대안을 찾아봐라'라고 했지 '취소'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황 회장의 이 같은 지시 이후 당초 예정됐던 금융투자교육원 대관은 무산됐고, 기자회견 장소는 켄싱턴호텔 여의도로 변경됐다.
금융투자교육원이 공개한 시설 이용수칙에는 '일부 회원사의 의견이 업계 전체 의견으로 오인될 수 있는 경우'를 대관 제한 사유로 규정한 조항은 없다.
교육원은 시설 훼손이나 자체 교육 방해 우려가 있는 행사, 법에서 제한하는 쟁의행위 목적의 집회, 선거 관련 집회와 정치적인 세미나·회의 등을 대관 불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두고 운용업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참여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공지까지 된 장소가 갑자기 바뀌는 것은 이례적이고 황당한 일"이라며 "전체 업계의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는 이유라면, 모든 회사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사안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사는 고객 자산을 맡은 수탁자로서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그런 문제에 운용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일부의 주장으로만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견에는 국내 운용사 16곳과 해외 운용사 2곳 등 모두 18곳이 참여한다. 참여 운용사 대다수는 금투협 회원사다.
대관 무산은 금투협이 스스로 내세운 운영 방향과도 대비된다.
황 회장은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협회가 "항상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회원사가 함께 성장하는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적극적인 정책 제안과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황 회장은 신영증권 대표이사를 거쳐 올해 1월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에 취임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합산 수탁고 87조원 규모의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의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여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자체에는 찬성한다.
다만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인 뒤 '50%+1주'까지 부족한 물량만 공개매수하도록 한 현행 법안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를 차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가진 상장사라면 인수자가 해당 지분을 먼저 전량 취득한 뒤 일반주주에게서는 10%+1주만 공개매수해도 의무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개 운용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배주주의 선행매수를 배제하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같은 공개매수에 참여해 동일한 가격과 비율로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하는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시했다.
이들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참여 운용사들은 장소 변경에도 30일 오후 1시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예정대로 열 방침이다.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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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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