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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걸리는 기업 분쟁 소송…'한국판 델라웨어 상사법원' 나올까

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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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전문성 강화 필요성 공감대…전문법원 설치·전담재판부 강화는 의견 갈려

대형 로펌 출신 법관 편중·편향 막을 장치도 쟁점

발표하는 김재남 인천지방법원 판사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자본시장 내 기업 분쟁이 늘면서 재판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상사전문법원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법관의 전문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지만, 별도의 전문법원을 신설할지 기존 상사 전담재판부와 법관 인사제도를 손볼지를 두고는 시각차가 나타났다. 김앤장 등 대형 로펌 출신 법관 편중에 따른 친기업적 판단 우려를 줄일 제도적 장치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9일 '주주 충실의무와 상사특별법원 도입'을 주제로 제56차 세미나를 열고 학계와 법조계,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발제에 나선 송옥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사법원 도입의 핵심을 법관 인사 문제로 봤다.

현재 상사 전담재판부가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상사 사건 비율이 30~40% 수준에 그치는 데다 순환근무까지 이뤄져 법관이 충분한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독립된 법원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봤다. 기존 전담재판부에 상사 사건을 집중 배당하고 관련 법관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김재남 인천지방법원 판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회생법원이나 특허법원처럼 별도의 전문법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기존 법원 내 전문재판부가 별도 회생법원으로 독립한 이후 사건 처리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독립 조직이 생기면 법관뿐 아니라 재판을 보조하는 직원과 전문인력의 역량이 함께 축적되고, 전문 절차 마련이나 외부기관과의 협력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기관을 떼어서 설립하면 그 기관의 목적은 하나로 집중된다"며 전문법원 설립의 효과를 설명했다.

다만 지나친 전문화에 따른 편향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상사전문법원은 1심에 두고 항소심은 일반 법관이 맡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문법원의 논리가 일반 법체계와 지나치게 동떨어질 경우 항소심에서 이를 교정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토론에서는 자본시장 현실에 맞춰 재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법원 상사조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2013년 발생한 기업 관련 사건이 2018년 대법원에 접수된 뒤 자신이 대법원을 나온 2022년까지도 결론나지 않았던 사례를 언급했다.

황 위원은 "상사 소송의 지연은 기업과 투자자들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되고 합병가액 산정이 자율화되는 등 제도 변화로 새로운 유형의 상사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간 소송이 이어지면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기업 역시 법률관계를 확정하지 못한 채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사법원 논의에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의 운영 방식도 소개됐다.

이동호 화이트앤케이스 뉴욕주 변호사는 델라웨어 형평법원이 1명의 챈슬러와 6명의 부챈슬러로 구성되며, 법관들은 순환보직 없이 한 차례 임명되면 12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고 설명했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분쟁을 오랜 기간 담당하면서 법관의 전문성이 축적되고 일관된 판례가 형성되는 것이 델라웨어 법원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애초 기업 분쟁만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사법원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평법 사건을 담당해 온 법원이라는 점에서 국내 상사전문법원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상사전문법원 신설 시 불거질 수 있는 친기업 편향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기업 사건 경험이 많은 일부 대형 로펌 출신 법관들이 상사전문법원에 집중될 경우 특정한 실무 경험과 가치관이 재판부 구성에 편중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출신 법무법인별 쿼터를 두는 방안과 임용 결과 공개, 상사법원 배치 전 일반 재판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냉각기간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정 법무법인 출신이 한 재판부에 복수로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은정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교수는 전문성의 개념 자체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법관의 전문성을 특정 분야에 근무한 기간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복잡한 기업 구조와 자금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 데이터 분석 역량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관 개인의 전문화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지원할 전문인력과 데이터 등 사법시스템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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