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유럽 등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재개한 호주에서 추가 긴축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국내 채권시장도 한국은행의 최종금리를 가늠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호주가 코로나19 이후 인상기의 정책금리 고점을 넘어선 뒤 긴축 강도를 점검하는 모습은 한국도 전고점인 3.50%나 이보다 한 차례 높은 3.75%에서 인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기대에 힘을 보탰다.
한은의 당장 인상 중단을 예상하기보다는 이번 인상기의 금리 고점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해석이다.
30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호주중앙은행(RBA)은 전날 정책금리를 4.35%에서 4.60%로 25bp 인상했다. 올해 네 번째 인상으로, 정책금리는 15년 만의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그러나 미셸 불록 RBA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인상 결정 자체보다 향후 긴축 여지가 얼마나 남았는지에 주목했다.
불록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더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주 물가는 올해 초 재차 높아졌다가 최근 둔화하는 흐름이다. 호주통계청(ABS)에 따르면 월간 소비자물가의 올해 3월 전년대비 4.6%로 뛰었다가 점진적인 하락 흐름 끝에 7월 3.5%로 낮아졌다.
RBA는 물가가 목표 범위의 중간인 2.5% 부근으로 돌아오는 시점은 2028년 초로 봤다.
물가 안정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가 인상을 거듭하기보다는 긴축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누적된 인상 효과를 살피는 경로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A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호주 총재가 비둘기파적인 기자회견을 하면서 호주 금리가 하락했고, 외국인 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전날 국내 채권시장 강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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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주 회의가 국내 시장의 관심을 끈 배경에는 다른 주요국보다 앞서 진행된 인상 경로가 있다.
RBA는 지난해 세 차례 금리를 내려 3.60%까지 낮췄지만,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지자 올해 2월 3.85%로 인상을 재개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는 추가 인하 기대가 남아 있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장기간 동결할 것으로 예상됐다.
호주는 3월에도 정책금리를 4.10%로 높였다. 국내 수요와 공급능력 간 불균형에 더해 중동 분쟁에 따른 연료 가격 상승이 물가 압력을 키울 위험에 대응한 결정이었다.
이미 나타난 물가 압력뿐 아니라 향후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의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이다.
이후 5월 4.35%로 올린 뒤 6월과 8월에는 동결했고, 이번에 4.60%로 높였다. 앞선 인상의 효과를 살피면서도 물가 위험에 따라 추가 대응하는 경로를 밟아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호주는 코로나19 이후 인상기의 고점도 넘어섰다. 당시 정책금리 고점은 2023년 11월 도달한 4.35%로, 이번 결정금리는 이보다 25bp 높다.
국내 일부 딜러들은 먼저 긴축에 나선 호주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의 인상 경로에도 참고할 수 있다고 봤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며 물가를 낮추는 정책은 이어지더라도, 정책금리 자체를 계속 높여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인상 종료 이후에도 긴축적인 금리 수준을 오래 유지하는 경로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B 증권사 채권딜러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미국과 달리 호주는 선제적으로 인상한 측면이 컸다"며 "우리나라도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며 인상한 만큼 어느 정도 분위기에 동조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코로나19 이후 인상기 고점은 2023년 1월 도달한 3.50%다. 현재 기준금리는 올해 7월과 8월 각각 25bp 인상을 거쳐 3.00%로 높아졌다. 전고점까지는 두 차례, 3.75%까지는 세 차례의 25bp 인상이 남아 있다.
따라서 호주의 사례가 한은의 조기 동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 인상이 이어지더라도 최종금리가 전고점 부근이나 이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국내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A 딜러는 호주의 최종금리를 우선 4.85% 정도로 보는 분위기라며 "한국도 지난번 고점인 3.50%보다 더 높은 3.75%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만, 지금 금리를 보면 이미 3.75%를 반영해둔 금리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종금리가 3.75%까지 높아지는 경우를 고려해도 현재 단기물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면, 추가 인상 우려만으로 매수를 미룰 필요는 줄어든다는 판단이다.
다만 전고점이 이번 인상기의 상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RBA도 물가 상방 위험 일부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국 역시 물가 압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최종금리와 고금리 유지 기간을 좌우할 전망이다. A 딜러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성장보다 물가를 꼽았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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