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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익 작아도 수천억 투자하는 식품회사의 셈법

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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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 겸 샘표 대표

[촬영: 정수인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투자를 안 하면 도태되니까. 힘들어도 하는 거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는 지난 29일 열린 협회장 기자 간담회에서 식품업계의 설비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짧은 한마디에도 식품회사가 처한 현실이 잘 녹아들었다. 식품 가격은 곧 원재료 가격과 연동해 설명되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장과 생산설비,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제조업의 구조가 있다.

박 회장이 이끌고 있는 샘표도 꾸준히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이후 이천 공장을 중심으로 신규 설비를 증설하고 품질을 높이는 데 매년 투자해 총 약 1천500억 원을 투입했다.

오는 2028년까지는 충북 제천에 네 번째 생산공장도 짓는다. 신공장 건립에만 2천억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박 대표는 내다보고 있다.

샘표의 지난해 매출액은 4천90억 원, 영업이익은 241억 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은 5.9%다. 그럼에도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설비가 핵심인 제조업이라서다.

샘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동원F&B는 올해 6월 총 1천400억 원을 투입해 단백질 식품 생산을 위한 진천2공장을 새로 지었고, 농심은 해외 라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 강서구에 2천억 원을 투입해 수출전용공장 짓고 있다. 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4%, 5.2%다.

수익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식품업계가 그럼에도 수천억 원을 공장에 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회사의 셈법은 단순히 올해 이익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흔히 식품을 떠올리면 물가를 생각한다.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거나 달러-원 환율이 뛰면 원재료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원재료값이 내리면 '식품 가격도 같이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뒤따라온다.

박 협회장은 원재료비보다는 설비투자,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식품을 생산·판매하려면 생산시설 뿐 아니라 인건비, 에너지비, 물류비 등 비용이 든다. 설비를 유지·교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도 필요하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도 빼놓을 수 없다. 생산성이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제조업에서 투자를 멈출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 협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나눈 대화에서 샘표에 공장이 있고 젊은 노동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여전히 놀라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장류 회사인 샘표를 떠올리면 여전히 장독대가 펼쳐진 전통적인 생산 현장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조업' 식품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투자를 멈추면 도태될 수 있다는 제조업의 숙제는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산업부 정수인 기자)

sijung@yna.co.kr

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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