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솔리다임 IPO①] 1천500억弗 몸값 누구의 것인가…SK하이닉스 주주 셈법

26.09.30.
읽는시간 0분

약 90억弗 들인 인텔 낸드, AI 타고 가치 급등

거버넌스포럼 "과실 분산" vs 증권가 "투자금 회수·재원 확보"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약 9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인텔 낸드 사업에서 출발한 솔리다임의 몸값이 최대 1천500억달러까지 거론되면서 미국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주주가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수년간 낸드 불황과 대규모 적자를 감내해 온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서는 솔리다임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시점에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다.

반대로 IPO를 통해 과거 인수자금을 회수하고 미국 인공지능(AI) 사업에 필요한 후속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 SK하이닉스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이천시 본사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상장설 넘어 '베이크오프'…몸값 최대 1천500억달러

30일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상장 시점이 이르면 내년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미 투자은행(IB)들을 상대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 경쟁인 이른바 '베이크오프'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는 최대 1천500억달러, 공모 규모는 150억달러까지 거론된다. 다만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인 만큼 상장 시기와 규모, 심지어 상장 여부까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솔리다임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인수에서 출발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약 90억달러 규모의 인수를 결정하고 2021년 1단계 거래를 마쳤다. 이후 낸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솔리다임의 적자는 한동안 SK하이닉스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솔리다임이 강점을 가진 고용량 eSSD가 AI 인프라의 핵심 제품으로 떠오르면서 사업 가치도 빠르게 재평가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촬영 안 철 수, 재판매 및 DB금지]

◇ "누가 과실 가져가나"…계열사 출자도 쟁점

IPO설이 나오면서 당장 시장은 중복상장 논쟁으로 뜨겁다.

논란은 솔리다임의 가치가 크게 높아진 시점에 IPO가 추진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이른바 '5단 중복상장'이라고 규정하며 상장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인텔 낸드 사업 인수와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위험은 SK하이닉스 주주들이 부담했는데, 이제 사업 가치가 올라오는 시점에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할 경우 기존 주주의 경제적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포럼은 SK텔레콤과 SK㈜, SK이노베이션이 솔리다임을 거느린 미국 AI 투자법인에 각각 4억8천만달러, 2억5천만달러, 3억8천만달러를 출자하기로 한 점도 문제 삼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기존 솔리다임 법인을 미국 AI 투자·솔루션 법인으로 전환하고, NAND·SSD 사업은 그 아래 새로 설립한 솔리다임(Solidigm Inc.)으로 이전했다.

포럼은 향후 솔리다임 가치가 크게 올라갈 경우 SK하이닉스가 키운 사업의 성과 일부가 다른 계열사로 이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서는 다른 시각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솔리다임의 프리IPO와 미국 상장 가능성을 단순한 중복상장보다는 "M&A 투자금 회수와 후속 투자재원 확충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솔리다임 지분을 활용해 외부 자금을 유치할 경우 약 15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은 일부 지분 출회가 SK하이닉스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서버용 고성능 SSD 상당 부분이 SK하이닉스 본사의 TLC 기반 설계·생산 기술에 기반하고 있고,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통해 컨트롤러 설계 역량도 이미 내재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솔리다임이 미국 내 낸드 생산거점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점도 IPO의 또 다른 명분이 될 수 있다. 뉴욕주 북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는 가운데 실제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SK로서는 AI 붐에 맞춰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을 것"이라며 "아무리 반도체로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투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의 여러 장치를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은 맞다"고 덧붙였다.

실제 솔리다임의 IPO 가능성에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관건은 IPO 자체보다 구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주와 구주가 어떤 비율로 섞이는지, 상장 이후 SK하이닉스의 경제적 지분이 얼마나 낮아지는지, 계열사들의 지분 참여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따라 기존 주주의 손익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달 자금과 지분 매각대금이 누구에게 귀속되고 어디에 쓰이는지도 핵심이다.

약 90억달러에 인수한 사업에 최대 1천500억달러의 몸값이 거론되기 시작한 만큼 시장의 관심도 이제 솔리다임이 얼마를 인정받느냐보다 그 가치 상승의 과실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ysyoon@yna.co.kr

윤영숙

윤영숙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