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PO도 SK하이닉스 이사회 5대 의무…거래소 특례심사는 빠져
국회, 해외상장도 주총 특별결의 취지…적용 시장은 시행령에 위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구체화하면서 지난달 시행된 중복상장 규율이 해외 상장에서 어디까지 작동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솔리다임이 나스닥을 선택하더라도 모회사인 SK하이닉스 이사회의 일반주주 보호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자회사 IPO와 달리 한국거래소가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자체를 심사해 주주보호 조치의 충분성을 따지고 이를 상장 여부와 연계할 수는 없다. 현행 제도상 SK하이닉스 주주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국회에서는 이를 한층 강화해 자회사의 해외 증시 상장에도 모회사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은 구체적인 적용 증권시장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나, 법안을 발의한 안도걸 의원실은 해외 증권시장까지 포함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법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美 상장도 이사회 책임…거래소 심사는 빠져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 3일부터 중복상장 관련 거래소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한국거래소 상장·공시규정 개정안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새 제도는 상장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이사회에 5대 의무를 부과한다.
주주에게 미칠 영향 평가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또는 주주동의 여부 확인, 상장 찬반 결의와 자회사 통지, 관련 공시 등이다.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의무는 자회사가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사회 의무 위반 시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1일간의 매매거래정지 근거도 마련됐다.
국내외 IPO의 차이는 이후 상장심사에서 갈린다.
국내 자회사 IPO는 모회사 이사회나 주주가 1차 판단한 뒤 한국거래소가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모회사 투자자 보호 수준을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에 따라 다시 들여다본다.
특례심사에서는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의무 이행과 찬성 결의를 전제로 일반주주 보호 필요성에 상응하는 보호 노력이 있었는지를 심사한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주주동의가 필수이며, 그 밖의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으면 주주보호 노력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거래소가 개별적으로 보호 조치의 충분성을 심사한다.
솔리다임 사업은 물적분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현행 제도만 놓고 보면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에 SK하이닉스 주주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해외 IPO에서는 국내 거래소의 이 같은 2차 심사 단계가 빠진다는 점이다.
솔리다임이 나스닥을 택해도 SK하이닉스 이사회의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 마련 등 5대 의무는 그대로 적용되지만, 한국거래소가 주주보호 조치의 충분성을 별도로 특례심사해 솔리다임의 상장 여부와 연계할 수는 없다.
국내 IPO보다 국내 거래소 차원의 사전 검증 장치가 하나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내 IPO는 자회사 규모도 심사 변수
국내 거래소의 중복상장 특례심사는 자회사 규모에 따라서도 심사 강도를 달리한다.
자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이 각각 모회사 대비 모두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상장에 찬성하면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세 항목이 모두 10% 미만이더라도 예상 기업가치를 고려해 중요 자회사로 인정되면 이 같은 주주동의 면제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국내 자회사 IPO를 심사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다.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이 10% 기준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상장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현행 제도에서 솔리다임의 해외 IPO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핵심 장치는 SK하이닉스 이사회의 5대 의무가 된다.
자회사 성장 가치가 별도 상장으로 분리되거나 신주 발행으로 모회사의 경제적 지분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어떤 주주영향평가와 보호방안을 내놓을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 국회는 해외 IPO도 주총 특별결의 추진
국회에서는 현행 거래소 규정보다 강한 규율도 추진되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4명은 지난 9일 중복상장 관련 주주보호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종속회사 등의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모회사 주주에 대한 우선 또는 할인 배정 등 보상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총 특별결의에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상장에 앞서 모회사는 상장 추진 목적과 필요성, 자회사의 재무 상황, 모회사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주주보상 방안, 모회사 이사회의 찬반 입장도 공시해야 한다.
공모 과정에서는 자회사가 모집하려는 주식 총수의 50% 이상을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거나 할인 배정하는 등의 보상 조치 가운데 하나 이상을 시행하도록 했다.
중복상장 허용 요건도 법률에 담았다. 개정안은 자회사 매출 비중에 대해 모회사 매출의 25% 이하, 모·자회사 임원 겸직 비율에 대해 3분의 1 이하라는 상한을 두면서 실제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등 임직원들이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2026.7.11 [나스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적용 시장도 대통령령 위임…해외 시장 염두
특히 개정안은 적용 대상을 종속회사나 수직 지배 계열회사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상장 대상도 주권뿐 아니라 해당 주권과 관련된 증권예탁증서를 포함하도록 했다.
안 의원실은 이와 관련해 해외 증권시장 상장도 주주동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 법안을 마련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증권시장까지 적용할지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안이 현재 취지대로 통과되고 시행령에서 나스닥 등 해외 증권시장이 적용 대상으로 정해질 경우 솔리다임의 미국 IPO 역시 SK하이닉스 주총 특별결의 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현행 규율과 가장 큰 차이다.
현재는 해외 IPO에도 SK하이닉스 이사회의 5대 의무는 적용되지만, 주주동의가 일률적으로 강제되지 않고 한국거래소의 특례 상장심사도 받지 않는다.
반면 개정안이 원안 취지대로 입법되면 해외 자회사 IPO에도 모회사 주총 특별결의라는 추가적인 문턱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국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해외 단독 IPO의 경우 적용 시점과 절차를 어떻게 연결할지는 향후 국회 심사와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추가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국 솔리다임 IPO는 현행 제도가 해외 중복상장을 어디까지 규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현 제도에서는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상장의 필요성과 주주가치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고 보호방안을 마련할지가 관건이라면, 국회 논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자회사 상장에도 모회사 주주가 직접 동의하도록 할지 여부를 제도화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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