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주요 금융지주가 차기 은행장 인선을 본격화하면서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5대 은행장 교체 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주 회장들을 불러 모아 자회사 이사회의 역할 강화와 친소관계 배제와 능력 중심의 인사를 당부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회장과의 인연 등이 배제된 능력 위주의 인물에 힘이 실릴 거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회장과의 학연, 지연이 같다는 이유로 능력이 있어도 선임되지 못하는 역차별 우려도 나온다.
◇이찬진 금감원장 '공정' 주문…세대교체 가이드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지주 자추위)를 개시해 은행장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등의 임기가 오는 12월31일 모두 만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금융지주들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맞춰 이들의 임기 만료 3개월 전인 9월에 일제히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연말 은행장 인사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연임 여부'다. 한 차례 연임한 신한은행의 정 행장을 제외한 3명이 이번에 첫 번째 임기를 마친다.
통상 은행권에선 첫 임기 2년 뒤 1년을 연장하는 '2+1' 방식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국이 지주 회장을 넘어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강도 높게 주문하며 일종의 변수가 생긴 것이다.
올해 말 금융지주 산하 상당수 자회사의 CEO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한 원론적인 발언이라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지만, 금융권에선 기존 행장이 아닌 새 얼굴로의 교체를 독려하는 가이드라인처럼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리딩 금융그룹인 KB금융이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66년생 이재근 부문장을 깜짝 선임하면서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당국이 은행 임추위의 실질적인 역할을 주문하면서 은행 사외이사들이 추천하는 인사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은행 임추위에 CEO 후보군 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역할 확대를 공식화했으며, 다른 지주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떠오르는 차기 은행장 후보는…하마평 무성
금융권에선 지주 회장 교체와 현 행장의 경영 실적 등을 토대로 차기 행장 후보를 물색하느라 분주하다. 일부 은행 안팎에서는 내부 신임을 바탕으로 벌써부터 몇몇 후보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국민은행은 지주 리더십 변화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근 회장 체제에 맞춰 행장 인선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재근 내정자는 자회사 CEO 인사와 관련해 "젊은 KB의 세대교체는 의사 결정을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나이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고, 역량과 전문성, 우리 조직원들의 헌신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가 누군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와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송병철 국민은행 디지털영업그룹 대표 부행장과 이종민 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대표 부행장 등이 차기 행장감으로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이들 모두 이 부문장보다 젊고 다양한 경험을 갖춰 차기 행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회장 후보가 쇄신과 함께 조직 안정을 고려한다면 68년생인 정문철·김재관 대표가, 70년대생으로 세대교체 폭을 키운다면 송병철·이종민 부행장이 유력한다고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꼽고있다.
일각에서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동시 교체가 자칫 그룹 전체의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만큼 안정성 측면에서 이환주 행장의 1년 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이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첫 3연임 행장'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임기 중 보여준 퍼포먼스와 개인 역량 측면에선 부족할 게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최근 금융권 전반을 강타한 세대교체론을 피해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3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이 없는 데다 금융당국은 지주 회장 및 계열사 CEO의 장기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이봉재 기관·제휴영업그룹 부행장과 최혁재 AX혁신그룹 부행장, 강대오 미래혁신그룹장, 고석헌 그룹전략부문(CSO) 부사장 등이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이 부행장은 서울시금고와 인천시금고 등 올해 '대어'로 꼽힌 기관영업에서 잇달아 성과를 내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은행의 AX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최 부행장과 강 그룹장도 쟁쟁한 경쟁자로 꼽히는 가운데, 신한은행 안팎에선 고 부사장이 그룹 전반의 전략을 진두지휘한 노련미를 바탕으로 수장직에 오르기 손색이 없다고 평가한다.
하나은행에서는 이호성 행장의 연임 가능성과 더불어 김미숙 중앙영업그룹 대표 부행장과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등이 후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성 대표와 남궁 대표 모두 은행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계열사 대표를 맡은 케이스다.
우리은행은 임종룡 지주 회장이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만큼 정진완 행장에 대한 재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임기 중 실책으로 볼만한 사안이 없었던 만큼 경영 연속성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 행장은 1968년생으로 시중은행 중 젊은 편에 속해 세대교체론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행장 인사에는 개인의 역량과 성과를 넘어 당국의 가이드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임추위의 역할 확대가 실제 행장 선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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