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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실적에 날아온 '상생 청구서'…이번엔 증권가 겨눈다

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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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순익만 작년 연간 육박…사회공헌은 은행권의 2.3%

발행어음·IMA로 조달력 커져…"모험자본·투자자와 동반성장"

여의도 증권가

[촬영 안 철 수] 2025.8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역대 최대 수준의 이익을 쌓아 올리고 있는 증권가를 향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금융권의 상생·포용금융 논의는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자본시장 성장과 함께 증권사의 덩치와 이익이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37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8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했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주식시장 상승, 기업금융(IB) 등의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증권업계의 이익 체력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전면에 꺼내든 배경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23개 증권사 CEO와 만나 "증권사는 계속 이익을 누리는데 정작 존립 기반인 투자자 상당수는 손실만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업계와 투자자가 함께 성장할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사회공헌 규모도 직접 비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사회공헌 규모는 약 500억원으로 은행권의 2조2천억원과 비교하면 2.3%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이 원장은 증권사들이 커진 규모와 역할에 걸맞게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은행권에 국한돼 나왔던 지적들이 이제 증권업계로 옮겨온 셈이다.

그간 은행은 고금리 국면에서 이자이익이 크게 늘 때마다 '이자장사' 비판과 함께 상생금융 확대 요구를 받아왔다.

금융지주들은 최근에는 생산적·포용금융 전담 조직까지 만들어 첨단산업과 중소기업,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을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 포용금융이나 사회공헌은 상대적으로 주요 경영 의제로 자리 잡지 못했다.

증권사는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은행과 달리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게 본업인 만큼 은행과 동일한 방식의 포용금융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자본시장이 금융산업의 중심축으로 커지고 증권사의 자금 조달 능력까지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는 증권사에 대규모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발행어음 사업자가 빠르게 늘고 IMA까지 본격화하면서 대형 증권사가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와 경제적 영향력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생산적 금융'을 사회공헌이 아닌 본업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월 증권사 CEO들과 만나 "기업 잠재력을 정밀 평가하고 관련 위험을 인수해 자금을 배분하는 것이 증권사만의 고유한 기능"이라며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자본시장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는 핵심 도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증권사 CEO들도 올해 신년사에서 일제히 생산적 금융을 화두로 내세웠다.

미래에셋증권은 혁신성장기업 투자를, 한국투자증권은 IMA를 활용한 기업금융과 혁신투자를 강조했다.

NH투자증권도 IMA를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했고,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활용해 성장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증권업계에 요구되는 생산적 금융은 은행처럼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평가하고 인수하는 증권사의 능력을 활용해 혁신기업과 벤처·중견기업으로 자금을 보내는 데 방점이 찍힌다.

포용금융의 방식 역시 은행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단순한 기부 확대를 넘어 수수료 체계와 금융상품 설계, 투자자 보호, 자산형성 지원 등을 통해 자본시장 성장의 과실을 고객과 나누는 방식이 증권업에 보다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이 최근 사회공헌 확대와 함께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투자자 이익을 우선하는 영업 관행을 동시에 주문한 것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다만 업계로서는 부담도 있다.

모험자본은 이름 그대로 손실 위험이 높은 자금이다.

정책적 요구에 맞춰 투자 규모만 늘릴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나타났던 과도한 위험 인수가 다른 형태로 반복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면서도 증권업계의 PF 부실여신 정리와 건전성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결국 증권업계에 던져진 과제는 '얼마를 내놓을 것인가'보다 '어디로 돈을 흐르게 할 것인가'에 가깝다"며 "부동산과 단기 수익에 집중됐던 자금을 혁신기업과 실물경제로 돌리고, 동시에 성장의 과실을 투자자와 나누라는 요구가 이제 은행에서 여의도로 이동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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