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고유가 기간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 채권시장의 유가 민감도가 낮아졌다.
미-이란 충돌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와 유사하게 물가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지만, 동시에 미-이란 사이 명확한 진전이 이뤄지면 상황이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여전하다.
1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채권시장의 유가 민감도는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중 유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매일매일의 유가 움직임보다는 다른 지표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전 거래일인 9월 30일에도 그랬다. 장중 국제유가는 소폭이나마 반등했지만 국고 금리는 정부의 국채발행 축소 가능성 등을 반영하며 점차 하향 곡선을 그렸다.
간밤 뉴욕 채권시장에서 역시 주인공은 유가보다는 8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지수와 2분기 미 GDP(국내총생산) 확정치 등이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이번주부터 특히 유가 민감도가 확 줄었다"면서 "유가가 다소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미 국채 금리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국내도 비슷하게 움직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이란 충돌이 발발한지 7개월을 넘어서면서 유가 민감도가 둔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가의 2차, 3차 충격은 유가의 정도보다도 고유가가 지속된 기간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이미 그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국제유가는 대략 7개월 만에 진정됐지만 물가 파급은 더욱 길게 이어진 바 있다. 특히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2023년 11월이 돼서야 3%를 겨우 밑돌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부터 유가가 급등했다가 약 7개월여 만에 진정됐다. 미-이란 충돌이 나타난 2026년 2월말부터 현재까지 유가의 고공행진은 지속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B 은행의 채권 딜러는 "벌써 반년 넘게 고유가가 지속되다보니 물가로의 2차, 3차 효과는 이미 나타날 것으로 본다"면서 "고유가가 길어질수록 유가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러-우 전쟁 당시에도 몇 달 후부터 유가는 빠졌지만 물가는 계속 영향 받는 그림이 나타나 바 있다"고 회상했다.
다만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미국과 이란이 확실한 해법을 찾는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C 외국계은행의 딜러는 "2차 파급효과는 좀 더 장기간에 걸쳐 나오는데, 단기적으로 유가가 큰 폭 하락하면 효과가 클 것 같다"면서 "미국과 이란이 해법을 찾으면 상당히 많은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D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원유 대비 정유제품 가격도 높아지면서 원유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채권 가격의 민감도는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8월 중순경 WTI가 85달러를 밑돌았을 때 외국인의 선물 매입이 크게 늘어난 부분을 감안하면 실제 유가가 큰폭 내린다면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jhkim7@yna.co.kr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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