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TF 반복 추천·매수…운용사·제작사는 "광고 아냐"
유튜브는 대본부터 심사…예능은 대가성 확인부터 난관
[이미지: 넷플릭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노요빈 기자 = 주식투자 열풍에 예능 프로그램에 금융투자 상품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금융투자 상품 광고 심의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정 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반복 언급·추천돼 광고효과를 내면서도, 사전 심의를 비껴가는 사례도 생겨났다.
금융투자회사들의 광고 심의 주체인 금융투자협회조차 직접 대가성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단 입장이어서, 사후로 광고 여부를 검증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능과 광고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이를 활용해 경제적 대가를 받은 사실을 숨긴 채 상품을 노출하는 이른바 '뒷광고'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예능 방송처럼 '금융상품 추천은 담겼지만 광고 심의의 사각지대에 선' 콘텐츠를 점검할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ETF 추천 반복됐지만…광고 여부는 불분명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주식투자 예능 '개미 김원훈: 주식의 세계' 공개 회차 1∼10화에선 국내 특정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언급하거나 추천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상품명은 출연진의 음성 대화와 화면 자막 등을 통해 거듭 노출됐지만 별도의 광고·협찬 표시는 없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30일 송고한 "'설마 광고였나…넷플 주식예능서 삼성 ETF '무더기 추천'" 기사 참조)
이 방송의 주 출연자는 삼성운용으로부터 광고·협찬을 받은 이력이 있다. 그가 활동하는 스케치코미디 전문 유튜브 채널 '숏박스'는 앞서 지난해 11월 'KODEX' ETF 연금 투자와 관련한 PPL 광고 영상을 찍어 올렸다. 그해 12월에는 KODEX 채널도 숏박스가 출연한 광고 영상들을 올리면서 '숏박스와 함께하는 국장투자 이벤트'를 진행했다.
다만 삼성자산운용과 프로그램 제작사는 이번 예능은 광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운용은 "광고를 집행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며 "해당 동영상의 제작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수아 시작컴퍼니 대표도 "출연진들의 언급·추천이 특정 회사 상품으로 쏠린 건 우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작사로선) 출연진의 추천을 통제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 표시가 없고 광고 형태로 분류되진 않았으나 투자상품 '광고 효과'를 누린 회사는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광고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운 환경이 유지될 경우, 예능 형식을 빌린 우회 광고를 시도하는 회사 사례들이 생겨날 우려가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튜브 엄격히 보는 협회…예능은 아직 사각지대
협회에 따르면 TV·라디오 등의 방송도 금융상품을 광고하는 내용이 담겼다면 심사 대상이다. OTT 예능 역시 심의와 규제를 비껴갈 수 없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들을 통해 올라오는 ETF 상품 광고 영상 사례들을 살펴보면, 협회는 영상 게시 전 대본(스크립트)부터 접수해 심사한다. 발언할 수 있는 당사자는 판매사인 증권사와 발행사인 운용사 임직원으로 한정한다.
협회는 대본을 꼼꼼히 확인해 표현을 검열한 뒤, 촬영 후 실제 영상이 심사 내용과 일치하는지도 들여다본다. 상품 설명의 주체와 표현 방식, 위험 고지 여부 등이 모두 검토 대상이다.
반면 이번 예능처럼 광고 여부 자체가 불분명한 콘텐츠는 심의 절차에 들어오기 전 단계에서부터 판단이 어려워진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예능이나 드라마 형태의 콘텐츠에 대해 협회에 심의를 신청한 사례는 없다.
협회 측은 경제적 대가 여부가 확인돼야 심의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가 없이 출연자가 자신의 투자 경험이나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면 표현의 자유 영역이지만, 경제적 대가를 받고 상품을 홍보했다면 광고에 따른 의무가 발생한단 취지다.
실제로 만일 경제적 대가를 받고 상품을 홍보하면서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뒷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대가를 받은 추천을 출연진(게스트 포함) 개인의 투자 의견처럼 전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광고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선 애초 사전·사후 심의하는 게 불가하단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금융상품 광고가 예능 등 다양한 형태의 방송으로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심의 신청을 하지 않은 콘텐츠도 광고 여부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회사로부터 접수된 영상의 문구만 심사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예능과 결합한 금융상품 홍보까지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운용사 임원은 "특정 상품을 반복 추천해도 대가성을 확인할 수 없다면 심의를 거치지 않고 광고 효과를 얻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며 "반복적인 상품 추천이 확인되면 제작사와 금융회사 간 계약이나 지원 여부를 확인할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본부터 표현을 심사받으면 상품 추천을 예능 속 대화로 자연스럽게 풀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금융회사로서는 정형화된 광고보다 출연자의 대화나 투자 경험에 상품을 녹여내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상품은 이렇게 '광고인 듯 광고 아닌' 영상이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 통제해야 한다"며 "신종 홍보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협회 등이 심의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mkshin@yna.co.kr
ybnoh@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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