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지은 기자 = 미국 자산관리업계가 투자자들에게 채권으로 눈을 다시 돌리도록 설득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면서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훼손됐지만, 최근 높아진 수익률과 주식과의 상관관계 변화가 채권의 투자 매력을 다시 높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자산관리업체 할버트 하그로브의 브라이언 스피넬리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가장 큰 난관은 심리적인 요인일 것"이라며 "사람들은 채권을 생각할 때 금리가 거의 0%에 가깝던 시절의 기억에 얽매여 있지만, 지금은 지난 15년과는 완전히 다른 수익률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류톨드 그룹이 각 자산군의 일반적인 벤치마크를 기준으로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이는 주식 60%와 채권 40%로 구성된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의 근간이 되는 원리다. 60-40 포트폴리오는 한쪽 자산의 가격이 하락할 때 다른 쪽이 상승하면서 변동성을 완화하는 구조다.
올해 채권 매도세는 기존 채권 보유자들의 수익률을 떨어뜨렸지만, 자산운용사들이 더 높은 채권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채권 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2021년 이후 매년 전체 유입액을 이미 넘어섰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거주하는 존 리딜라와 수 실링-리딜라 부부의 포트폴리오는 국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를 포함해 약 80%가 채권 등 고정수입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비중은 20%에 그쳤다. 리딜라는 은퇴한 부부가 채권 이자와 사회보장연금으로 연간 약 2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연간 지출액인 9만달러를 크게 웃돈다고 설명했다.
리달라는 "수익률이 오르고 있어서 보유 중인 주식 일부를 국채로 옮기고 6개월마다 나오는 이자로 생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장기 채권보다 단기 및 중기 채권을 추천하고 있다.
트라잔 웰스의 데이비드 부시 CIO는 만기가 3~5년인 채권에 투자해왔다. 그는 이러한 채권이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현금을 대거 예치해둔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확정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슈왑 금융연구소의 콜린 마틴 채권 리서치 및 전략 책임자는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는 여러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채권 사다리(bond ladder)'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채권 투자에는 언제나 가격 하락의 위험이 따른다"면서도 "우리는 지난 20년 가까이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식과 채권 모두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두 자산의 움직임이 동조화될 위험이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위 10개 기업은 기술 및 AI 분야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이 지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한편, 올해 들어 발행된 투자적격등급 채권 가운데 49%가 AI 관련 기업의 발행분이었다.
윌시 에셋 매니지먼트의 브렌트 윌시 CIO는 이러한 상황이 포트폴리오 양쪽 모두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식품이나 운송 기업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탄탄하고 건실한 기업에 보수적으로 투자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사진 제공]
jepark2@yna.co.kr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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