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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경보, 매매제한 유연하게 운용해야…AI 활용엔 실질적 통제 필요"

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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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서 열린 '2026 건전증시포럼'

황근호 교수 "AI 판단, 형식적 승인 넘어 실질적 통제 필요"

2026 건전증시포럼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시장경보제도가 정상적인 거래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경보 체계와 매매제한 조치를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선진시장과 달리 경보에 매매제한을 결합한 국내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정비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자율성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일 한국거래소가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개최한 '2026 건전증시포럼'에서 "선진시장을 지향한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제도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되 투자자 보호와 시장 자율성의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선임연구원은 시장경보제도가 불건전 거래를 놓치는 '미탐'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정상적인 거래를 경보 대상으로 분류하는 '오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시 열풍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까지 경보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불건전 요건 등을 정교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장경보제도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의 3단계로 운영되며, 투자경고·투자위험 단계에서는 요건에 따라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시장경보의 첫 단계인 투자주의 지정만으로도 해당 종목의 누적 초과수익률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경보가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해 거래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칠링 효과(chilling effect)'를 내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경보 대상이 적절하게 선별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 선임연구원은 "적절한 위험을 포착했다면 시장이 진정되는 것이지만,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종목까지 위축된다면 반드시 좋은 효과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참고 사례로는 해외 시장의 경보 운영 방식을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주가가 급변한 기업에 조회를 거친 뒤 사안별로 경보 여부를 판단한다. 경보를 발동할 때도 특정 계좌의 거래 집중 등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정해진 정량 요건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국내 제도와 차이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내 제도도 경보 단계를 단순화하고 불건전 거래를 가려내는 요건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량 요건을 활용하는 다른 시장 안정화 조치와의 중복을 줄이고 제도별 역할도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공개된 발동 기준을 불건전 거래 행위자가 역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세부 임계치를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선임연구원은 "매매제한을 포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시장 자율성과 거래 유연성을 고려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미탐과 오탐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황근호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자본시장 효율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AI 기술의 활용과 규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황 교수는 AI가 정보처리와 거래 비용을 낮추고 시장감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시장 전체의 위험을 키울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규칙 기반 감시가 미리 정해진 조건에 해당하는 거래를 찾아냈다면, AI는 정상적인 거래 패턴을 학습한 뒤 이를 벗어나는 거래를 탐지한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상거래를 많이 적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최종 판단을 맡는 담당자의 부담을 줄이고 조사 효율을 높이려면 탐지된 거래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능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I 확산에 따른 주요 위험으로는 공통된 모델과 데이터 사용에 따른 투자 판단의 동조화를 꼽았다. 주문이 한 방향으로 몰리면 유동성이 고갈되고 작은 충격도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다.

황 교수는 "모든 투자자가 같은 방향으로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펀더멘털보다 가격이 과도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AI 결과를 사람이 확인하도록 하는 이른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체계 역시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대체로 맞는 답을 내놓으면 이용자가 이를 과신하기 쉽고, 복잡한 판단 과정을 이해하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 결과를 충분히 검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AI 결과를 사람이 확인하는 체계에서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충분히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면 형식적인 승인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델에 사용된 데이터와 검증·변경 이력 등을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AI를 사용한다고 기존 금융사업자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닌 만큼 책임 소재와 통제 체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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