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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골머리 앓은 '스몰캡 리서치'…韓 '25% 의무화' 통할까

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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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FIDⅡ 이후 커버리지 감소 논란…EU는 '할당' 대신 리서치 경제성 보완

여의도 "정보공백 해소 기대" vs "숫자 맞추기 리포트 양산 우려"

여의도 증권가

[촬영 안 철 수] 2025.8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에 중소형주 리서치보고서 최소 발간비율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여의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소형주의 고질적인 정보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리서치센터의 수익구조와 기관 수요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발간량만 늘어나 '숫자 맞추기용 리포트'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유럽에서도 중소형주 리서치 부족은 오랜 과제였다.

특히, 제2차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Ⅱ) 시행 이후 스몰캡 리서치 감소 논란이 불거지자 유럽연합(EU)은 보고서 발간량을 할당하기보다 리서치 비용 규제를 완화하고 발행사 후원 리서치를 제도화하는 등 경제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의 '25% 의무화'가 실제 기관투자자의 중소형주 투자 확대와 지속적인 리서치 커버리지로 이어질지 관심이 크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연간 발간하는 리서치보고서 가운데 25% 이상을 코스피 시가총액 300위 미만 또는 코스닥 시총 150위 미만 기업에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가 발간한 보고서 중 시총 300위 미만 기업 대상은 17.2%에 그쳤다. 반면 시총 1~100위 기업은 전체의 48.5%였다.

당국은 스몰캡 리서치 실적을 종투사 지정·발행어음 인가 심사와 연계하고, 일정 수준 이상 커버리지를 확보한 증권사에는 모험자본 공급 실적 산정 때 인센티브도 부여할 방침이다.

◇"정보공백 해소 필요하지만"…25% 할당엔 '글쎄'

증권업계에서도 중소형주 리서치의 정보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형주는 여러 증권사가 동시에 분석하고 실적 추정치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지만, 중소형주는 기업에 따라 분석 보고서를 찾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이에 기관투자자가 신규 종목을 투자 대상에 편입할 때 외부 리서치와 실적 추정치 등을 참고한다는 점에서 커버리지 확대가 투자 가능 종목군, 이른바 '투자 유니버스'를 넓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문제는 이를 '25%'라는 일률적인 비율로 풀어내는 것의 실효성 여부다.

증권사가 특정 종목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결국 수요와 비용의 문제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기관의 관심과 거래가 많은 대형주는 리서치가 법인영업 등 수익으로 연결될 여지가 크지만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분석에 드는 비용이 반드시 작은 것도 아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공개 정보와 비교 기업이 부족해 탐방과 경영진 인터뷰 등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사에 대한 리서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정부가 그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해서 할당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신규 인력 충원 없이 기존 애널리스트의 담당 종목만 늘어나면 기업당 분석 시간이 줄어든다"며 "반대로 스몰캡 전담 인력을 확대하면 리서치센터의 비용 부담이 커져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의무비율을 맞추기 위한 일회성 보고서가 늘어나는 것과 이후 실적·밸류에이션을 계속 추적하는 것도 다른 문제라고 보고 있다.

◇유럽도 '돈 안 되는 스몰캡' 고민…규제 다시 손질

해외에서도 리서치 공급과 경제성을 둘러싼 시행착오가 있었다.

EU는 2018년 MiFIDⅡ를 시행하면서 주식 거래수수료와 리서치 비용을 분리하는 '언번들링'을 도입했다.

자산운용사가 어떤 리서치에 얼마를 지급하는지 명확하게 해 이해상충을 줄이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운용사들이 리서치 예산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낮은 중소형주 분석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란이 뒤따랐다.

주목되는 것은 이후 제도 변화다.

EU는 2024년 마련한 상장법(Listing Act)을 통해 리서치와 거래 서비스 비용을 함께 지급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대하는 조처를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발행사 후원 리서치(issuer-sponsored research)'를 제도권으로 편입했다.

기업이 자신을 분석하는 비용을 내는 데 따른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비용 부담 주체를 공개하고 독립성과 객관성 등을 담은 행동규범을 적용하도록 했다.

EU가 증권사에 스몰캡 보고서 발간량을 할당하기보다 중소형주를 분석해도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공급 구조를 보완한 셈이다.

앞서 영국도 지난 2023년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리뷰(Investment Research Review)'를 통해 중소형주의 낮은 애널리스트 커버리지를 주요 문제로 지목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소형주의 경우 투자자의 관심과 거래량이 적어 애널리스트가 분석해도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리서치 커버리지가 늘어나면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양방향 관계도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이 선택한 해법은 증권사별 의무 발간량이 아니었다.

중소형주와 비상장·신산업 기업 등의 리서치를 생산·유통하는 별도의 '리서치 플랫폼'을 구축하고 리서치 비용 지급 방식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을 권고했다.

발행사 후원 리서치에 대해서도 별도의 행동규범을 마련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해당 권고를 수용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와는 달리 직접적인 의무비율을 택한 만큼 단기적으로 종투사의 스몰캡 신규 커버리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선 기관 수요와 거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관의 투자 대상 확대와 거래 증가가 뒤따르면 중소형주 리서치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며 "반면 기관 수요에 큰 변화가 없다면 증권사에는 의무비율 유지를 위한 비용 부담만 누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제도 시행 이후 신규 리서치 발간 건수뿐 아니라 신규 커버리지의 유지 기간, 기관투자자 거래 변화,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 충원 여부 등이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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