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국내 기업에 쌓인 달러가 크게 늘었지만 외환(FX)스와프 시장에 실제 공급되는 달러는 시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외화 운용과 롤오버 시점에 따라 달러 공급 강도가 달라지면서 풍부한 외화 유동성이 역설적으로 FX스와프포인트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재형 유안타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최근 '수출 호황으로 환율 변동이 커지는 이유' 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외화자금 유입이 국내 외화자금시장 수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와 해외 기업공개(IPO) 투자 관련 달러 수요 등이 외화자금 수요를 키웠지만 하반기에는 반도체 기업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과 수출기업의 대규모 환전 등으로 달러 공급이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달러-원 베이시스 스와프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스트래티지스트는 "베이시스 스와프가 크게 상승한 점은 외화자금 공급도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출기업을 통한 달러 공급 확대는 단순하게 원화로 환전하는 구조뿐 아니라 달러자금 운용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기업이 주도한 외화자금 공급이 크게 늘어난 점이 있어 반도체 업황과 이와 연관된 외화자금 흐름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상당한 외화를 보유한 데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외화로 수취한다. 이에 수출대금을 곧바로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향후 설비투자 등에 필요한 달러를 보유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이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번에는 원화 환율 헤지보다는 달러자금 운용의 관점에서 포지션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을 것"이라며 "수출업체의 달러 보유가 늘어나면 자금 운용 관점에서 셀앤바이 스와프와 원화채권 매수를 직접 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시장에서는 기업의 달러 보유 증가가 곧바로 직접적인 FX스와프 거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 나온다.
A증권사 스와프 딜러는 "기업이 직접 FX스와프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기업이 FX스와프가 포함된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이를 커버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반도체 기업과 관련해서도 "셀앤바이 거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FX스와프포인트에서도 이 같은 수급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달 21일 마이너스(-) 0.25원이었던 1개월물은 이튿날 -0.20원까지 상승했지만 23일에는 -0.30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수출기업의 1∼3개월물 셀앤바이 롤오버가 평소보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28일 -0.40원이던 1개월물은 월말인 30일 -0.75원까지 내려갔다. 같은 날 3개월물과 6개월물, 1년물은 각각 -2.75원, -6.10원, -13.70원을 나타냈다.
특히 국고채 금리가 크게 하락했는데도 기간물 스와프포인트는 대부분 시초가 부근에 머물렀다. 월말 초단기물 변동성을 의식해 은행들이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면서 정작 월말 거래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월말을 넘긴 이달 1일에는 기간물이 반등했다. 1년물은 -13.40원으로 전일보다 0.30원 올랐고 6개월물은 -5.90원으로 0.20원, 3개월물은 -2.60원으로 0.15원 상승했다. 1개월물은 -0.75원으로 같았다.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전망을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한 영향이 반영됐다.
국내 달러 유동성 자체는 풍부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1천406억2천만달러로 전월보다 122억8천만달러 증가하며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달러가 풍부하다고 해서 스와프시장에 일정한 규모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설명이다.
B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스와프 단기물이 9월 말에도 오르는 듯하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하락했다"며 "수출기업의 셀앤바이 물량이 줄어든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투자 집행과 WGBI 편입 관련 자금이 마무리되면 최근의 수급 쏠림도 서서히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수출이 워낙 잘되고 있어 향후 흐름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안타증권도 외화자금 공급의 '강도'를 향후 변동성의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이 스트래티지스트는 "FX스와프 포지션의 롤오버 시기의 외화자금 공급력에 따라 환율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며 "향후 외화자금시장에 달러자금을 공급하는 강도가 약해지게 되면 FX스와프와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반복되는 초단기물 변동성이 기간물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C외국계은행 스와프딜러는 "월말마다 캐시물이 크게 움직이다 보니 기간물 비드와 오퍼를 내기도 어려워졌다"며 "정상적인 틀에서 가격을 보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국에서는 이를 초단기 캐시물의 일시적인 자금 수급 문제로 볼 수 있지만 결국 기간물의 문제가 된다"며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시장 유동성이 죽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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