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밋빛 전망 일색이던 로보틱스 분야에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현실적인 평가가 나왔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에서다.
크리스 하우저 삼성전자 RX사업추진실 랩장은 지난달 30일 삼성의 연례행사인 '삼성 AI포럼 2026'에서 "산업 현장이나 가정, 서비스 분야에서의 활용에 있어 요구되는 로보틱스의 기대 수준은 엄청나게 높다"며 "로보틱스의 잠재력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는 있지만,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솔직하게 평가했다.
세계 최고의 인재가 모이는 삼성전자의 RX 부문 책임자가 삼성의 로보틱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겸손한 인사치레라기보다는 사실적인 진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출처 : 삼성 AI포럼 2026 유튜브]
포럼 강연자인 란제이 크리슈나 워싱턴대 교수는 우리가 경탄해 마지않는 대형언어모델(LLM)을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에 적용할 때 겪는 문제점에 관해 설명했다.
LLM 모델은 언어적 추론과 이미지 묘사에는 뛰어나지만 3차원(3D) 공간에서 카메라가 왼쪽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지를 맞히는 것과 같은, 인간에게는 손쉬운 기본적인 문제에서도 정답을 말하는 데 실패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LLM을 현실 세계에 적용할 때 언어적 추론 과정을 거치면 모델의 성능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크리슈나 교수는 설명했다. 눈에 비치는 장면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굳이 언어적으로 추론하라고 하면 인간이든 LLM이든 수행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크리슈나 교수는 "이는 우리가 물리적 세계를 실제로 이해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이 모델이 궁극적으로 로봇 공학 분야에 사용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삼성 AI포럼 2026 유튜브]
[출처 : 삼성 AI포럼 2026 유튜브]
물론 현재의 AI 연구가 이 문제에 아무런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LLM의 발전이 당연하게 피지컬AI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LLM과 피지컬AI는 AI의 훈련 환경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김윤형 삼성리서치 상무는 "LLM과 같은 에이전트 시스템을 학습 시킬 때는 다소 비효율적인 알고리즘이나 강화학습(RL)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수백만 개의 궤적을 샘플링해서 결국 올바른 결과를 내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에서는 이런 방식을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세계에서 AI의 학습 문제는 현재 피지컬AI의 병목 지점이다. 현재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한 로봇의 학습은 엔지니어가 시뮬레이션, 보상 체계, 강화 학습 시스템 등을 직접 설계해야만 제어 정책을 얻을 수 있다.
피지컬AI의 'AI' 부문의 문제가 이 정도이고, '피지컬' 부문에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쌓여있다.
하우저 랩장이 소개한 '로봇공학의 3단계 구조'에서 시각적 인식과 AI 훈련의 문제는 비전·언어모델과 관련된 3단계에 해당한다.
로봇이 실제로 움직일 때의 정교한 조작, 즉 달걀을 집거나 병뚜껑을 돌려서 여는 것과 같은 세밀한 움직임은 '전신 제어'라고 불리는 1단계다.
하우저 랩장은 "전신 제어 방식은 정교한 조작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며 "로봇이 공중제비는 돌 수 있을지 몰라도 물병 뚜껑을 돌려 여는 일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듣다 보니 세계적인 석학들의 평가가 때로는 되는 일이 없다는 넋두리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다만 모든 제약에도 불구하고 로보틱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적인 도약의 시기에 가깝게 왔다는 느낌까지 지워지지는 않았다.
하우저 랩장은 현재의 로보틱스를 2016년의 자율주행 기술에 비유했다. 10년이 지난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생각하면 로보틱스의 상용화도 아주 먼 일은 아닌 셈이다.
그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로봇을 얻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다양한 기술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며 "RX는 이미 이 긴 여정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산업부 한종화 차장)
한종화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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