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정상회담서 주한미군 철수 등 나올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재회 가능성 속에서 무방비 상태의 정상회담이 주한미군 감축·철수 등 한반도 안보 구도를 흔들 '최악의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한자리에 앉히지 말라(Don't put Donald Trump and Kim Jong Un in a room together)'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오는 11월 18일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조명했다. 두 정상이 중국에서 만나는 방안과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평양으로 가는 방법 등을 예로 들었다. 재회가 성사될 경우 끔찍하게 잘못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 위원장이 회담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미국의 공식적인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우선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57~1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매년 10~20개 분량의 핵물질을 생산하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경우 전 세계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PT에 가입한 뒤 몰래 핵을 개발해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선례가 생기기 때문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매체는 비핵화 논의를 유예하고 신뢰 구축을 추진하는 이 대통령의 '평화 우선(peace first)' 정책이 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which is not quite the same thing as recognising the North as a nuclear power, but in practical terms is not far off)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통해 핫라인 신설, 무역·투자 확대 등 작은 의제에서 진전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이와 함께 남북 국경 병력 후퇴나 북한의 대(對)러시아 무기·병력 지원 중단 같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지만, 이런 거래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김정은은 신뢰할 수 없는(untrustworthy) 인물이며, 어떤 합의든 자신에게 유리할 때 파기할 가능성이 크다(Whatever deal he signs he is likely to break as soon as it suits him.)"고 적었다.
더불어 "핵무기 보유를 용인해 주는 대가로 그가 호전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It is naive to suppose that, in return for nuclear acceptance, he might become less belligerent)"이라고 꼬집었다.
매체는 마지막 위험 요소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을 꼽았다. 세부 사항에 밝지 않고, 준비가 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부하는 김 위원장(unctuous Mr Kim)을 만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합의(unthinkably bad deal)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53년 이후 북한의 공격을 억제해 온 주한미군의 대규모 철수에 합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차라리 평양의 친구가 멀리서나마 자신을 좋아하고 존경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이재헌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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