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에서 '어떻게'로 옮겨간 시장의 관심
라이프운용 "우선주 사서 소각"…지배구조까지 얽힌 63조원 셈법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을 예고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미 그 다음으로 향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 대규모 추가 환원에 나설 예정이다.
얼마를 돌려줄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돌려줘야 기업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느냐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4~2025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총 29조3천억원을 환원했다.
올해 실적과 투자 등을 반영한 3개년 FCF를 토대로 산정한 올해 주주환원 잔여 재원은 약 90조~110조원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약 30조원은 3분기에 현금배당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내년 1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100조원 환원…이제는 '얼마나'보다 '어떻게'
시장에서는 대규모 환원 자체보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간 배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쌓아둔 현금을 더 주주에게 돌려달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같은 재원을 어떻게 써야 주당 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느냐로 논점이 이동했다.
최근 라이프자산운용의 주주서한도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에 잔여 주주환원 재원을 현금배당보다 우선주 매입·소각에 우선 투입할 것을 제안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약 30조원의 3분기 배당 등을 제외하면 잔여 환원재원이 중앙값 기준 약 6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동안 우선주를 사들여 즉시 소각하고 남은 재원을 현금배당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9일 기준 삼성전자 우선주의 보통주 대비 할인율은 26.7%였다.
같은 돈으로 보통주 1주를 살 때 우선주는 약 1.36주를 없앨 수 있어 주당 가치 제고 효과가 더 크다는 게 라이프자산운용의 논리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보통주 소각엔 금산법 변수…우선주 대안 부상
라이프자산운용이 우선주를 지목한 또 다른 이유는 삼성의 지배구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약 8.51%, 1.49%로 합계 1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면서 두 금융계열사의 합산 지분율이 올라 금산법상 10% 초과 보유에 따른 금융위원회 승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실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약 1조5천억원어치를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
보통주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할수록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 자사주 정책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인 셈이다.
반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소각하면 이 같은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라이프자산운용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별도로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승인했다.
이는 주주환원을 위해 매입 후 소각하는 자사주와는 성격이 다르다.
시장에서는 향후 실제 주주환원 재원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에 얼마나 배정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하이닉스 40조 소각…높아진 시장의 눈높이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고 2025~2027년 누적 FCF의 50%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주주환원 규모만 놓고 보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그러나 환원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의 요구도 더 정교해지고 있다.
2016년 엘리엇이 던진 질문이 '왜 쌓아둔 현금을 더 돌려주지 않느냐'였다면 지금은 같은 1원을 써도 어느 방식이 주당 가치를 더 높이는지를 따진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논쟁이 이제 '규모'를 넘어 '자본배분의 효율'로 넘어가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삼성으로부터 서한에 대한 회신을 전달받았다"라며 "답변서에는 주주환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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