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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제안 10년③] 0.62% 주주가 던진 질문…10년 뒤 '주주 목소리'되다

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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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60곳 행동주의 요구…지난해 연간 수준

운용사 넘어 소액주주까지 직접 행동…지배구조 요구 비중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2016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냈을 당시 보유 지분은 0.62%에 불과했다.

1%도 안 되는 주주가 국내 최대 기업에 배당과 자사주, 지배구조, 이사회 구성은 물론 나스닥 상장까지 요구한 것이다.

2015년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은 이듬해 삼성전자 주주 자격으로 기업의 자본배분과 지배구조에 직접 목소리를 냈다.

당시만 해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으로 받아들여졌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소수 주주가 기업가치와 자본배분을 문제 삼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라이프자산운용은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에 주주서한을 보내 남은 주주환원 재원을 현금배당보다 우선주 매입·소각에 먼저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할인된 우선주를 사들여 없애는 것이 주당 가치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엘리엇의 제안과 내용은 다르지만 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이사회에 구체적인 자본배분 방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자산운용사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논의' 촉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0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논의 촉구 긴급공동성명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30 mjkang@yna.co.kr

◇ 1분기 60곳 행동주의 요구…지배구조로 영역 확대

국내 주주행동주의는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6일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분석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DMI)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국내 60개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요구를 받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행동주의 대상이 된 기업 수와 같은 수준이다.

요구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전체 행동주의 요구 가운데 지배구조 관련 비중은 올해 1분기 34%로 2025년 30%, 2024년 28%에서 꾸준히 높아졌다.

단순한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을 넘어 이사회와 지배구조, 자본배분 전반으로 주주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엘리엇의 삼성전자 제안은 국내에서는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당연하게 논의되던 문제였다"며 "지분이 1%도 안 되는 주주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진과 이사회에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풍토를 국내에 정착시키는 데 엘리엇이 기여한 부분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대주주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며 "엘리엇 사태가 국내 투자자들이 주주행동주의에 눈을 뜨게 한 계기 중 하나였던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의 로고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운용사 넘어 소액주주로…액트도 삼성전자 상대 행동

행동주의의 주체도 전문 펀드나 기관투자가에 머물지 않는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지분 인증과 의결권 위임 등을 통해 흩어진 개인 주주들이 공동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직접 움직였다.

액트는 지난 6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에 착수했다.

당시 액트에는 삼성전자 주주 1만4천721명이 참여해 1조6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인증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합의를 둘러싸고 일부 소액주주들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주총 승인 등을 요구하기 위한 주주권 행사의 일환이었다.

과거에는 기관투자가나 전문 행동주의 펀드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뒤 기업에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개인투자자들도 비교적 쉽게 지분과 의결권을 결집할 수 있게 됐다.

소액주주가 단순히 주가 하락에 불만을 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자본배분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로고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주주제안 템플릿 만들었다"…달라진 10년, 여전한 과제

당시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엘리엇의 문제 제기가 국내에서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일부 언론이 외국계 펀드를 지나치게 악마화한 측면이 있었다"며 "글로벌 주주를 둔 상장사를 사실상 '골목상권'을 운영하듯 대주주 중심으로 경영해온 문화 자체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제시했던 내용과 접근 방식은 이후 주주제안의 하나의 템플릿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기업가치와 자본배분, 이사회의 책임을 주주가 직접 묻는 데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지난 10년간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상당히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제도적 환경도 달라졌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데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도 기관투자가가 투자 대상 기업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전략 수립과 시행, 소통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과 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주주가 기업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문턱도 낮아졌다.

물론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엘리엇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엘리엇 이전에도 소액주주운동과 외국계 펀드의 경영 참여가 있었고 최근 행동주의 확산을 엘리엇 하나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다만 불과 0.62%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삼성전자 이사회에 자본정책과 지배구조 변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장면은 하나의 변곡점으로 남았다.

10년 전 외국계 펀드의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던 요구를 이제 국내 운용사와 소액주주들이 직접 제기하고 있다.

엘리엇이 판을 깔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주가 기업가치와 자본배분을 직접 따져 묻는 문화를 앞당긴 계기였다는 평가에는 힘이 실린다.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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