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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룰 제동] 누구는 퇴출, 누구는 중단…엇갈린 기업들 운명

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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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웹툰, 법원 결정 하루 전 상폐…원풍물산도 같은 기준 적용

이미 퇴출된 기업 자동 복원 안 돼…정리매매 주주 구제도 난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법원이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 규정을 가처분 단계에서 위법·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같은 규정으로 이미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의 상장 지위 회복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 결정 하루 전 상장폐지가 완료된 기업이 있는 반면, 절차가 진행 중이던 기업은 거래소의 후속 조치로 퇴출을 면했다. 같은 규정을 적용받고도 절차 진행 시점에 따라 기업과 주주의 처지가 엇갈린 셈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수성웹툰은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 상태가 30거래일간 지속되면서 지난 7월 13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에서 벗어나려면 지정 이후 90거래일 안에 시가총액 200억원 이상인 상태를 45거래일 연속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남은 기간에 이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90거래일이 지나기 전에 상장폐지 사유가 확정됐다.

수성웹툰은 지난달 18일부터 30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쳐 이달 1일 상장폐지됐다. 법원이 시가총액 상폐 규정을 무효라고 판단하기 불과 하루 전이다.

원풍물산도 같은 규정에 따라 지난달 10일부터 18일까지 정리매매를 거쳐 21일 시장에서 퇴출됐다.

반면 상폐 절차가 진행 중이던 기업들은 법원 결정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지난 2일 케이엠제약과 주연테크가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별도의 소명 기회 없이 상장폐지하도록 한 규정 등이 비례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 위법·무효라고 판단했다.

거래소는 당일 시행세칙을 고쳐 법원의 결정이나 판결이 있을 경우 상장폐지를 유예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정리매매가 진행 중이던 세진티에스와 에이에프더블류 등의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됐다.

문제는 이미 상장폐지가 완료된 기업이다. 이번 결정은 개별 기업이 신청한 가처분 사건에서 나온 것으로, 같은 규정을 적용받은 다른 기업의 상장 지위까지 곧바로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법적으로 개별 기업과 맺은 상장계약을 해소하는 행위다.

대법원은 2007년 상장폐지 결정 무효확인 사건에서 상장계약을 '사법상의 계약'으로,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이 계약관계를 해소하려는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봤다. 상장규정 역시 다수의 상장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약관의 성질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거래소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하면 상장규정도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된다. 대법원은 특정 조항이 비례·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 정의관념에 반하거나, 다른 법률이 보장하는 상장법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해 해당 법률의 취지에 반하면 위법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상장규정 자체의 유효성을 다툴 수는 있지만, 특정 사건에서 나온 무효 판단만으로 다른 기업의 상장폐지까지 일괄적으로 취소되지는 않는다. 이미 퇴출된 기업의 상장 지위 회복은 각 기업에 내려진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별도로 따져야 할 문제다.

이번 판단이 본안 확정판결에 앞선 가처분 단계에서 나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장폐지가 완료된 뒤 본안소송에서 다른 판단을 받은 사례로는 제일바이오가 있다.

제일바이오는 지난 2월 정리매매를 거쳐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으나 4월 상장폐지 결정 무효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거래소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감마누는 상장폐지가 완료되기 전에 법원이 절차를 멈춰 세운 사례다.

2018년 상장폐지 결정 이후 정리매매에 들어갔지만, 예정된 상장폐지일을 앞두고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돼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상장폐지 결정 무효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2020년 거래가 재개됐다.

기업의 상장 지위와 별개로 정리매매 과정에서 이미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의 손실을 구제하는 문제는 더 복잡하다. 상장폐지 결정이 무효로 판단되더라도 투자자 사이에 체결된 매매까지 자동으로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감마누 주주 262명은 정리매매 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거래소를 상대로 약 46억원을 청구했지만 2022년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거래소가 상장폐지와 정리매매를 진행한 행위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정당성을 상실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주들은 상장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며, 상장계약 해지로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없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주주들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상장폐지 결정의 무효와 거래소의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의 판단이라는 의미다.

같은 시가총액 기준을 적용받은 기업들의 처지가 갈리면서 상폐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완료된 상장폐지의 효력과 정리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주주 손실을 어떻게 처리할지로 번지고 있다. 상폐 절차가 중단된 기업에서도 거래정지로 주식을 처분할 수 없게 된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온다.

세진티에스 주식을 보유한 한 투자자는 정리매매 중단으로 주식 처분이 막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이번 조치가 투자자 보호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여의도증권가

[촬영 안 철 수] 2025.10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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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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